사면할 경우 ‘5대 범죄 사면 없다’ 공약 못지켜

가석방은 정치적 부담 적어…장관 이례적 직접 발표

문재인 대통령. [연합]
문재인 대통령.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올해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될 때부터 특별사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정부의 선택은 가석방이었다.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특별사면보다, 가석방을 통해 여론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직후부터 올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 가능성이 언급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뇌물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특별사면을 할 경우 공약을 뒤집어야 하는 부담이 따르는 셈이다.

하지만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 업무인데다, 1차 선정권자가 교도소장이다. 박범계 장관도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자신의 권한이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결국 9일 열린 가석방 심사위원회에서는 이 부회장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70~80% 정도로 형기를 채울 경우 9월이나 10월 정도 가석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법무부가 수형 비율을 60%수준으로 내리면서 광복절에 맞춰 풀려날 수 있게 됐다.

통상 가석방 심사위 결정 이튿날 장관에게 보고되고, 따로 언론 공표도 하지 않지만 이날 박 장관은 위원회 결정이 나오자 마자 재가한 뒤 생중계로 언론 브리핑을 열었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을 풀어준 주체는 청와대가 아니라 법무부라는 점이 강조되는 효과가 있었다.

박 장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열었지만, 취재진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기자회견장을 나가며 형평성 논란 등 민감한 질의를 피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2020년 기준 추가적인 사건 진행 중에 가석방이 허가된 인원은 67명”이라며 “최근 3년간 형기의 70% 미만에 해당하는 가석방자는 244명으로, 앞으로도 재범 위험성이 낮은 수형자의 형 집행률을 낮춰 조기에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가석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