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71조 투자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향한 의사결정 오너 부재로 지체
TSMC·인텔 등 삼성 겨냥 공격적 투자
“ 이재용 부회장 사면땐 경영전환점될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광복절 가석방 여부가 9일 결정되면서 지지부진했던 삼성의 경영시계가 빠르게 돌아갈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의 비전 2030 추진 가속화로 ‘K 반도체’ 위상을 지켜야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 투자 속도전...“오너 결단 필요한 때”=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될 경우 미국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등 산적하게 쌓인 의사결정에 속도가 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넘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선두로 올라서기 위해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오너 부재로 투자 실행이 지체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을 먹여 살리는 대표 산업이다. 지난해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로 10년 전(10.9%)보다 두 배로 불어났다. 다만 삼성전자는 D램, 낸드 등 메모리 시장에선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4차산업혁명으로 빠르게 커지는 비메모리 시장에선 대만 TSMC 등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자동차 등 선진국의 기간산업이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자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K 반도체 산업은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안보와 첨단산업의 우위를 지키기 위한 국가 대항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잇따라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개별 기업들도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최근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사들의 과감한 행보가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0%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선제적 투자로 삼성 따돌리기에 나섰다. 지난 4월 향후 3년간 파운드리 사업에 1000억달러(약 115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5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5개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의 반도체 산업 강자인 미국 인텔과의 결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인텔이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게 되면 향후 파운드리 시장은 TSMC·삼성전자·인텔의 3각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과감한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전 세계에 반도체 투자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투자시기를 놓고도 속도 경쟁이 붙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원활한 투자 결정을 위한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삼성 미래성장동력 발굴해야=아울러 이 부회장이 경영복귀 후 삼성전자의 ‘포스트 반도체’를 발굴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호황으로 50조원이 훌쩍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호실적 행진에도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 삼성의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연간 수십조원의 이익을 기록하고 분기 배당으로 주주친화정책을 펼쳐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면 미국 반도체 투자 결정이 수개월째 지연되고 신기술 확보를 위한 과감한 M&A 등이 중단되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서 바이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삼성의 10년, 20년을 내다본 투자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기적 관점을 갖고 사업 전략을 짜는 일은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이기 때문이다.
▶경제계, 여전히 ‘사면’ 주장=경제계에선 여전히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아닌 ‘사면’을 주장하고 있다. 사면은 형 집행이 즉시 면제되지만 가석방은 구금 상태에서만 벗어나는 것이라 경영활동에 제약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지난 5월 “삼성 최고경영자에 대한 사면은 한미 양국 최선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회장은 최근 “이 부회장이 직접 외국 고위 의사 결정권자들을 만나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며 “국가 경제라는 큰 틀에서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대만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언급하며 “여기에 도전할 기업은 삼성 밖에 없다”며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총수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 투자, M&A 등 큰 돈이 드는 사안은 기업을 책임지는 누군가가 결정해야 한다”며 “최고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의 의사결정 동력이 약해진 건 사실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성미 기자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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