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171조 투자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그러나 오너 부재로 의사결정 산적하게 쌓여

TSMC 등 삼성 따돌리기 공격적 투자로 위협

“이재용 부회장 경영 복귀로 투자시계 돌아가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사업장을 방문해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사업장을 방문해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광복절 가석방 여부가 9일 결정되면서 지지부진했던 삼성의 경영시계가 빠르게 돌아갈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의 비전 2030 추진 가속화로 ‘K 반도체’ 위상을 지켜야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될 경우 미국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등 산적하게 쌓인 의사결정에 속도가 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넘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선두로 올라서기 위해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오너 부재로 투자 실행이 지체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을 먹여 살리는 대표 산업이다. 지난해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로 10년 전(10.9%)보다 두 배로 불어났다. 다만 삼성전자는 D램, 낸드 등 메모리 시장에선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4차산업혁명으로 빠르게 커지는 비메모리 시장에선 대만 TSMC 등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자동차 등 선진국의 기간산업이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자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K 반도체 산업은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안보와 첨단산업의 우위를 지키기 위한 국가 대항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잇따라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개별 기업들도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최근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사들의 과감한 행보가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0%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선제적 투자로 삼성 따돌리기에 나섰다. 지난 4월 향후 3년간 파운드리 사업에 1000억달러(약 115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5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5개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의 반도체 산업 강자인 미국 인텔과의 결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인텔이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게 되면 향후 파운드리 시장은 TSMC·삼성전자·인텔의 3각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과감한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전 세계에 반도체 투자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투자시기를 놓고도 속도 경쟁이 붙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원활한 투자 결정을 위한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에선 여전히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아닌 ‘사면’을 주장하고 있다. 사면은 형 집행이 즉시 면제되지만 가석방은 구금 상태에서만 벗어나는 것이라 경영활동에 제약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지난 5월 “삼성 최고경영자에 대한 사면은 한미 양국 최선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회장은 최근 “이 부회장이 직접 외국 고위 의사 결정권자들을 만나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며 “국가 경제라는 큰 틀에서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대만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언급하며 “여기에 도전할 기업은 삼성 밖에 없다”며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총수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미 기자


miii0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