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하늘은 빨갛고/달리는 사람은 조금 더 빨갛고/오늘은 나중에게 물러서지 않기를//(…)너의 말이, 여기 적는 글자들이/낱낱이 혼자이기를/혼자들이 배를 만들고 게으르게 연명하기를”(‘10월의 일몰’)
일상은 사소하다고 말하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다. 자괴와 후회, 욕망과 분열, 허무의 시간을 꼬박 통과해내야 한다. 어쩌면 잔인한 그런 시간이 매일 주어진다.
임곤택 시인의 시집 ‘죄 없이 다음 없이’(걷는사람)는 그 막막하고 징그럽고 아름답기도 한 일상의 다면체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시인은 때로 자신이 던진 말 한마디를 오래 곱씹고 아파하며 애먼 눈뭉치를 벽에 던지고 만다. 아이들은 아직 그런 시간을 알지 못한다. 똑같은 머리모양을 하고, 기대를 품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똑같은 것을 쳐다본다. 시인은 그 꼬마들이 누구나 그렇듯 각자의 사소한 경험의 시간을 통과하며 달라지고 멀어지리란 걸 안다.
그 시간들은 내내 낱낱이 혼자서 묵묵히 감당해야만 한다. 호의같은 건 없다. 그 시간에 달려도 좋고, 게을러도 좋다. 바라건대 죄 없이 다음 없이 걸어낼 수만 있다면.
사실 일상은 다름아닌 나와의 부딪힘이다. ‘두부를 먹고 싶’고 ‘사과를 먹고 싶’고 ‘설경이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있’지만 ‘광화문에 가야 한다’. 귀찮은 일이 문득 삐져나오고, 계획은 흐트러진다.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속았던 때를 기억하면서도 또 시시한 것을 담고 쌓는다.
작은 것들의 반복과 모음, 그 시시한 것들을 시인은 잠잠하게 보여주며 더 먼 곳으로 우리의 시선을 열어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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