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입시비리·사모펀드 비리…15개 중 11개 혐의 인정

“합격할 수 있었던 다른 지원자 탈락해”

“선의로 작성해준 사람들과 입학사정자에 책임 전가”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혐의는 유죄→무죄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무죄→유죄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입시비리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합]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입시비리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녀입시 비리 관련 등 기소된 15가지 혐의 중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대부분 혐의에 대해 항소심도 그대로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는 11일 오전 업무방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1061만원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동양대 표창장을 포함한 ‘7대 허위 스펙’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에서 변호인 측이 꾸준하게 주장해온 강사휴게실 PC가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점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위조된) 확인서는 모두 작성자의 주관적 평가를 기재한 게 아니라 활동 기관, 기간 등 객관적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문서”라며 “정 교수가 구체적으로 실행한 내용과 방법을 보면 (대학들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하는 과정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정 교수의 범행으로 그의 딸이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1차 전형에 합격하고 부산대 의전원에는 최종합격한 실제 이득을 가졌다”며 “그의 범행이 없었더라면 합격할 수도 있었던 다른 지원자는 탈락하게 되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런데도 정 교수는 이 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입시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태도로 범행의 본질을 흐리면서 선의로 사실과 다른 내용의 확인서까지 작성해줬을 사람들과 입학사정담당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모펀드 관련 혐의 가운데는 무죄가 나온 업무상 횡령 등 대부분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을 뒤집고 무죄 판결했다.

우선 1심은 정 교수가 2018년 1월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모 씨로부터 군산공장 가동정보를 받고 동생 명의로 WFM 주식 12만주를 매수한 혐의 중 주식 10만주 매수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범행에 해당한다고 봤다.

2만주는 그에게 정보를 알려준 조씨가 대표로 있는 코링크PE의 것을 매입한 것인 만큼 정보의 격차가 없었던 반면 10만주는 당시 군산공장 가동 정보를 모르고 있던 우모 씨로 부터 매입한 것인 만큼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했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0만주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정 교수가 우모 씨에게 매입한 것이 아닌 코링크PE를 중간에 통해 매입한 것이라고 봤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나머지 2만주와 같은 성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정 교수가 10만주를 코링크PE로부터 취득한 것일 뿐이어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미공개 정보 이용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에게 자택의 하드디스크 및 동양대 PC를 따로 보관하게 한 혐의(증거은닉교사)는 1심과 달리 유죄를 선고했다.

형법상 증거은닉죄는 자신의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직접 은닉한 경우 처벌할 수 없다. 1심에서는 김씨의 범행이 김씨와 정 교수가 공모한 만큼 자신의 증거를 은닉한 정 교수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항소심은 정 교수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라도 타인을 일방적으로 시켜 은닉하도록 한 경우는 증거은닉 교사죄로 처벌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증거를 은닉한 김씨는 정 교수의 부탁 외에는 증거은닉을 할 동기가 없었다”며 “원심은 정 교수와 김씨가 공동정범이라는 것인데 교사범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PC를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숨길 수 있음에도 굳이 김씨에게 지시한 것은 방어권 남용”이라며 정 교수를 꾸짖었다.

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같은 혐의로 1심이 진행 중인 정 교수의 남편 조 전 장관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김씨가 저장매체를 숨길 2019년 8월 당시 전반적인 정황을 사전에 정 교수와 공모해 실행한 혐의로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과 마주친 김씨는 그로부터 “아내 도와줘 고맙다”는 말을 들은 바도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시켜 증거은닉을 한 혐의에 대해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공모했다는 점은 1심에서도 인정했다.

재판을 마친 뒤 정 교수 측은 “원심판결의 반복”이라며 상고 의지를 내비쳤다. 정 교수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항소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서울고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판결 자체는 결국 원심판결을 반복한 것”이라며 “대단히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판결문을 검토하면서 상고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s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