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KBS 1TV '시사기획 창'이 오는 15일 오후 9시40분 '데이터로 본 일본의 두 얼굴'편을 방송한다.

제32회 도쿄올림픽이 17일 동안의 여정을 마쳤다. 유례 없는 감염병 대유행 속에 치러진 올림픽. 1964년 도쿄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던 일본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27개를 비롯해 58개 메달을 획득해 종합 순위 3위를 기록했다. 64년 이후 57년 만에 이룬 쾌거다. 이번 올림픽을 ‘부흥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공언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축제 뒤 남은 현실은 냉혹하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달 23일,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225명이었지만 폐회식인 8월 8일 하루 신규 확진자는 1만4472명으로, 3.4배 늘었다. 올림픽이 코로나19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제 현실이 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네 번째 긴급사태가 선언된 도쿄도는 이달 말까지 긴급사태가 연장됐고, 일본 최대 싱크탱크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4차 긴급사태의 경제적 손실을 2조1900억엔(22조7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올림픽 개최로 얻는 경제효과 1조6771억엔(17조3915억원)을 상쇄하고도 우리 돈 5조원 이상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추월의 시대, 한·일 경제지표 역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2017년부터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집계했다. PPP 기준 1인당 GDP는 나라마다 다른 물가 및 환율 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2017년 한국의 1인당 GDP는 4만1001달러, 일본의 1인당 GDP는 4만827달러였다. 한국과 일본의 1인당 GDP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약 반세기 만에 한국이 일본을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다.

일본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은 원동력은 다름 아닌 제조업. 하지만 제조업 경쟁력 평가에서도 일본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엔 산업개발기구(UNIDO)가 발표한 세계 제조업경쟁력지수(CIP)를 보면 일본은 1990년대 조사 대상 152개국 가운데 독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30년 새 미국과 한국, 중국 등에 밀려 5위(2018년 기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한국은 17위에서 3위로, 중국은 32위에서 2위로 일본을 추월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경제 성과와 기업 경영효율, 정부 행정효율, 인프라 등 4개 분야, 20개 세부 항목 평가를 종합해 발표하는 ‘국제 경쟁력 평가’ 역시 일본의 쇠퇴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평가가 시작된 1989년부터 전 항목에서 1위를 다투며 종합 1위였던 일본은 올해 발표된 평가에서 31위까지 주저앉았다. IMF 외환위기 직후 40위대까지 떨어졌던 한국은 23위로, 일본을 제치고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1 일본, 어디로 가고 있나?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은 명실상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거품경제 붕괴 이후 수십년간 이어진 초장기 불황은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렸다. 2012년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한 이후 ‘아베노믹스’는 전후 2번째로 긴 호황을 가져왔지만 어쩐지 일본 국민의 삶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리고 2021년, 57년 만에 다시 도쿄에서 타오른 올림픽 성화는 일본에 부흥이 발판이 돼줄 것인.

이창민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2012년 아베 내각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시행한 ‘아베노믹스’를 ‘저온호황’이라고 규정했다. 이 교수는 “강력한 양적 완화로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가 상승했지만 혜택을 입은 건 기업이다. 기업 영업이익은 확실히 개선이 됐지만 이후 기업들이 국내 투자와 임금 인상이 아닌 해외 직접 투자에 집중하면서 일본 국내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업은 굉장히 윤택해졌지만 일반 국민은 호황의 온기를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강점과 약점을 이렇게 분석했다. “일본은 풍부한 지식 자본을 바탕으로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해왔으며, 여전히 소재와 부품·장비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 수준의 중견·중소기업이 많다. 또 하나는 일본의 풍부한 대외 순자산이다. 전 세계 GDP 5위인 영국의 한 해 GDP 규모와 비슷한 305조엔의 자산을 해외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축적된 지식 자본이 창업이나 기업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고, 내수 지향이 강한 일본 기업 역시 약점으로 꼽힌다.”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교수는 일본의 미래에 대해 “일본 기업들은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살아남는 한, ‘일본’이라는 나라의 경제도 살아남는다. 버블 이전의 경제적 활력이 있는 시기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지만 급격한 쇠퇴 없이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적어도 30년, 40년을 이렇게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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