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기 일병 유족, 순직 처리 당시 회의록 정보공개 요구
軍 “중앙전공사상심사위 9명 명단 공개 못해…회의록도 없어”
홍 일병, ‘순직 3형’ 받아…심사위 ‘안보와 연관없다’ 판단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급성 백혈병에 걸렸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고(故) 홍정기 일병의 유족이 순직 처리 논의를 한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회의록과 위원 명단 공개를 요청했으나 군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홍 일병의 유족은 순직 처리 논의 당시 판단 과정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군에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만장일치’ 의견을 낸 심사위원 9명 명단을 비공개에 부쳤다. 1심 격인 2016년 육군본부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 회의록에 대해서도 애초에 만들지 않았다고 회신했다.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령이 지난해 통과됐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앞서 2016년 3월 홍 일병은 급성 백혈병에 걸렸으나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 홍 일병은 당시 몸에 멍이 들고 구토를 하는 등 갑자기 이상징후를 보였다. 상황이 악화했지만, 부대는 상급병원에 보내지 않았다. 홍 일병은 사단 훈련까지 참가한 뒤 사망했다. 입대 7개월 만이었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의 결정문을 보면 홍 일병이 급성 백혈병을 앓았으나, 직접적인 사인은 소뇌 자발성 뇌출혈·중증 뇌부종·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단됐다. 특히 위원회는 급성 백혈병 진단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군 복무 중 질병이 발생·악화해 사망했으므로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는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망의 성격을 놓고는 육군본부와 마찬가지로 ‘순직 3형’이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순직 3형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을 분류하는 범주다.
군은 홍 일병의 사망이 공무와 인과관계는 있지만 국가 안보와 직접 관련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는 “‘순직 2형’ 직무는 ‘순직 3형’과 달리 완전 무장, 실탄 휴대 등 현행 작전(일반전초(GOP)·해강안 경계작전)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백혈병으로 사망한 군인 13명 모두 순직 3형으로 결정됐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앞서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홍 일병 사건을 조사한 뒤 “훈련 기간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진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했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무 수행·교육 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질병이 발생·악화해 사망했다”며 ‘순직 2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가 순직 유형을 결정하면 국가보훈처는 이를 근거로 사망자를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한다. 통상 순직 1·2형은 국가유공자가 되고, 순직 3형은 보훈보상대상자가 된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국방과 관련 없다는 처분을 내리는 것은 ‘이 아이는 죽을 병에 걸려 죽었으니 우리를 탓하지 말라’고 하는 셈”이라며 “유족이 순직 2형을 요구하는 것은 보상이 아닌 군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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