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55에서 66, 66에서 7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허리둘레는 자꾸만 늘어간다. 부족한 활동량으로 남은 칼로리가 배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외형상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허리둘레다. 의학전문가들은 허리둘레의 증가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들은 심뇌혈관 질환 등 각종 질환이 있을 위험이 보통 사람보다 크다. 허리둘레가 콜레스테롤 수치와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인 5069명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이동호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박사는 대한가정의학회지(2019)에 실린 논문을 통해 “허리둘레 증가는 HDL(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며, 이는 심혈관 질환 위험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허리둘레는 더 쉽게 늘어나므로 특별한 관리와 식단 조절은 필수다. 식품 중에서 허리둘레를 줄이기 위해 주목할 만한 식재료는 ‘통곡물’을 들 수 있다. 최근 통곡물 섭취가 허리둘레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가장 최신 논문은 ‘영양학 저널(The Journal of Nutrition)’에 실린 미국 터프츠대의 연구다.
연구진에 따르면 평균 연령 54세인 3121명을 대상으로 18년간 자료를 추적조사한 결과, 끼니마다 통곡물을 먹는 사람들은 통곡물을 잘 먹지 않는 사람들(하루에 한 끼 미만)보다 허리둘레가 적게 늘었다. 혈당 수치와 혈압도 적게 증가했다. 반면 흰 밀가루 등 정제 곡물 섭취량이 많을수록 중성지방은 더 많이 증가했다. 연구진의 니콜라 맥키온(Nicola McKeown) 박사는 “통곡물은 건강식으로도 좋을 뿐 아니라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허리둘레가 많이 증가하지 않게 돕는다”며 “이는 혈당과 혈압 관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심장병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통곡물은 정제 탄수화물에 비해 혈당지수가 낮으며, 포만감을 높이는 식이섬유도 다량 들어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연구에 따르면 통곡물 식품은 우리가 하루 동안 먹는 총 식이섬유 섭취량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통곡물은 허리둘레처럼 체중과 관련된 연구들이 여럿 보고돼 있다. 미국 터프츠대 연구팀이 미국 ‘임상영양학저널’(2017)에 밝힌 논문에 따르면 40~65세 남녀 81명을 대상으로 6주간 실험을 진행한 결과, 통곡물 섭취그룹은 대조군보다 신진대사가 활발하며,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한 칼로리양이 더 적게 나타났다. 또 면역 시스템이 향상되고 장내 유익균도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통곡물인 현미를 통해 비슷한 결과를 얻은 바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와 안철우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성인 남녀 39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현미밥을 먹은 그룹의 체중 감량은 다른 그룹보다 큰 폭으로 나타났다. 식욕을 억제하는 ‘PYY 호르몬’ 또한 균형점을 찾았다.
통곡물에는 식이섬유와 함께 노화 방지에 좋은 항산화 물질, 그리고 비타민과 미네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통곡물의 대표 식품으로는 현미나 귀리, 보리, 퀴노아, 통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