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최근 빈발하고 있는 러시아 군용기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영공 진입 시도 등과 관련해 유럽의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유럽리더십네트워크(ELN)가 나토와 러시아의 관계가 ‘분쟁 국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LN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8개월 간 40여차례 러시아의 영공 침범과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일부는 적대행위를 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비에트연방 대통령이 이날 “세계가 신냉전 직전의 상황”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발표돼 더욱 주목되고 있다.

ELN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발생한 세 차례의 사건들로 인해 분쟁이 실제로 고조됐고,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그 세 가지 사건으로 ELN은 지난 3월 3일 있었던 민간 항공기와 러시아 정찰기 충돌 위기, 9월 5일 에스토니아 보안국 요원 국경 납치사건, 지난달 17~24일 스웨덴의 러시아 잠수함 수색 등을 들었다.

지난 3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이륙한 민간 항공기가 스웨덴 도시 말뫼 남쪽 50㎞ 지점에서 러시아 정찰기와 근접했으나 간신히 충돌위기를 넘겼다. 9월엔 에스토니아 보안국 요원 에스톤 코버가 에스토니아 국경 검문소에서 러시아 보안요원에 의해 납치됐고 10월엔 스톡홀름 해상에서 러시아 잠수함이 해저 활동을 벌인 것으로 의심돼 수색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 8월엔 민항기를 가장한 러시아 군용기가 핀란드 상공을 넘었으며 지난달엔 전략폭격기인 투폴레프(Tu)-95기와 미그(Mig)-31전투기 등이 노르웨이 해안 등에 출몰해 각국 전투기들이 긴급출격하기도 했다.

ELN은 지금은 ‘재앙이 될 수 있는’ 상황을 가까스로 피해가고 있다고 경고하며 러시아와 나토 간 예측되지 않은 적대행위들로 발생한 긴장상황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긴급 외교 채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 지도부의 군사행동으로 인한 위협 및 비용 재평가와 서방 외교당국의 설득 ▷나토와 러시아의 군사적ㆍ정치적 활동 자제 ▷양 측의 군 관련 의사소통 및 투명성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나토와 러시아의 긴장은 계속 진행중이다. 양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최근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 지역 등이 자체 선거를 실시해 주민 대표자를 선출함으로써 간신히 이룬 휴전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8일 동부지역 반군 점령지인 도네츠크와 인근 마키이프카 지역에서 러시아제 탱크와 화포, 병력 수송차량 등이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OSCE는 122㎜ 견인포를 끌고 있는 트럭 19대 등 40여대의 차량들이 번호판과 표식을 제거하고 이동하고 있었으며 탱크 9대도 도네츠크 남서쪽을 향해 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분리주의 반군에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고 이날 영국 BBC방송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