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규 한국천문硏 우주탐사그룹장
매장 물·희귀광물 가치 천문학적
美·일본선 민간기업도 활용 허가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기획 단계
시료 채취 징검다리 역할 큰 기대
발사체 투입 외 궤적설계·유도 등
한국 우주기술 한단계 점프해야
“지구 가까이 지나가는 ‘근지구소행성’ 중 일부는 지구에 위협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구에서 적은 추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천체이기도 합니다. 이들 중 우주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물과 희귀 광물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홍규(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26일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IT과학기술포럼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1’에서 ‘우주로 경제권을 확대한다’ 주제로 이 같이 밝혔다.
문 그룹장은 인간이 미래에 소행성에서 조달할 수 있는 희귀 광물의 양은 지구의 해당 광물 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행성이란, 원시태양 주변을 돌던 가스와 먼지 티끌 중 행성이 되는데 실패한 잔여물이다. 세레스, 베스타 등 거대한 소행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소행성은 내부 온도가 충분히 높지 못해 비중이 다른 물질들이 여러 층을 이루면서 분리되지 못했다. 때문에 천연 그대로의 여러 물질이 골고루 섞여있다.
특히 지구 근처를 지나는 ‘근지구소행성’ 종족에는 암석질과 금속질, 그리고 표면 아래에 물을 품고 있는 탄소질 소행성 등 다양한 천체들이 분포하고 있다. 태양계가 만들어진 후 목성, 토성 등 거대 행성들의 중력에 의해 극심한 역학적 요동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태어난 곳과 성분이 다른 천체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게 되면서, 근지구소행성은 조 단위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됐다.
문 그룹장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름 50m급 탄소질 소행성에 매장된 물의 경제가치는 88조 6000억원”이라며 “금속질 소행성과 일부 암석질 소행성에 포함된 백금족 원소는 소행성 크기가 120m, 백금족 원소 함유량이 68ppm이라고 가정할 때 그 경제가치가 5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지구는 질량비로 따져 35%가 철(Fe)인 행성이다. 내핵과 외핵, 맨틀에는 철을 비롯한 희토류 물질이 넘쳐나지만, 맨틀까지 갱도를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지구 표면에서 채굴 가능한 백금족 원소나 희토류의 매장량을 고려하면 지구의 경제권은 곧 우주로 확장될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과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 그리고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소행성의 가치에 착안해 우주 관련 법안을 손질했다. 민간 기업도 천체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은 것이다. UN 평화적 우주이용위원회도 법률소위에서 이러한 이슈를 안건으로 다루고 있다.
문 그룹장은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현재 기획 중인 아포피스 직접 탐사 임무도 소행성 채굴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아직 인류의 기술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포피스(Apophis) 탐사임무는 10~20년 뒤 우주자원을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미래를 위해 징검다리를 놓는다는 의미가 있다.
아포피스란, 지난 2004년 발견된 지름 370m의 소행성으로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아포피스는 오는 2029년에 지구로부터 3만1600㎞ 떨어진 거리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구 상공 약 3만6000㎞에 떠 있는 정지궤도 위성만큼 가까운 거리다.
전문가들은 아포피스가 지구에 가까이 다가왔을 때 탐사선을 보내 아포피스를 조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초속 30㎞의 고속으로 공전하는 아포피스에 접근해 상대속도 0을 유지하는 동행 비행을 하며 과학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문 그룹장은 “탐사선을 원하는 궤도에 투입하는 발사체 기술 외에도 임무 설계와 궤적 설계 기술, 유도, 항행, 관제 기술, 광학 항행 기술, 비행 역학 기술은 미래에 한국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라며 “30년 간 지구 궤도에만 머물렀던 한국 우주기술이 달 탐사 이후 소행성 탐사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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