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플레이가 있는 날이면 이른 새벽부터 잠을 설친다. ‘시간이 되었겠지’ 하고 눈을 떠보면 아직 새벽 2시. 다시 어렵게 잠을 이루려고 해도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계속 뒤척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골프장을 향해 나선다. 설렘 때문인 듯하다. 골프를 한지 3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골프 라운드가 있는 전날 밤은 잠을 이루기 힘들 때가 많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추어든 프로든 다들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골퍼들이 첫 홀에서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잠도 설친데다 몸이 제대로 안 풀린 상태에서 라운드를 시작하니 잘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첫 홀이 끝난 후 다 같이 입을 모아 “캐디님, 우리 그냥 첫 홀은 다 ‘파(Par)’로 해주세요”라고 말하며 시작하는 것이 낯설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스포츠에는 규칙이 있다. 규칙을 하나 둘 가볍게 생각하는 골프가 습관이 되면 나중에는 고치기 힘들어지고 다른 플레이어에게 실례가 되기도 한다. 첫 홀을 매번 기분 좋게 파(Par)로 시작해야 하고, 페어웨이에 있는 디봇(Divot)에 공이 있으면 옮겨놓고 쳐야 하고, 패널티 구역으로 공이 들어가면 마지막으로 코스를 통과한 지점이 아니라 훨씬 앞으로 나가 드롭한 뒤 치고, 벙커에 들어가면 밖으로 꺼낸 뒤 치기도 한다, 오비(Out of Bound)가 나오면 한 번 정도는 쉽게 봐주고 짧은 퍼트만 남겨놓으면 오케이를 남발한다. 이렇게 치고 나니 점수가 항상 자기 실력보다 좋게 나온다. 사실 골프에서 한 점 한 점은 점수 뿐만 아니라 기분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기분에 따라 멘탈리티가 달라지는데 이는 게임에 있어서 큰 변수이기 때문에 이런 골프 플레이를 하는 것은 자신의 진정한 스코어와는 거리가 있다. 또한 골프를 계속 치다보면 실력이 점차 늘면서 자연히 토너먼트에도 관심이 생긴다. 그때는 봐주는 것이 부정행위가 되어 벌타가 부가되므로 정확한 규칙대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평소 규칙을 경시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면 토너먼트에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즐기려는 마음으로 골프장에 갔다고 하더라도 플레이 자체는 스포츠라 생각하고 규칙을 지켜서 치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들과 내기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을 넒게 쓴다 생각하고 봐주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정서가 게임에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서로 봐주다보니 때로는 형평성에 맞지 않을 때가 생기고, 그러다보면 스포츠게임 본연의 의미가 불분명해지면서 재미도 없어질 수 있다. 골프를 할 때 규칙에 관대한 것이 미덕이 아닐 수 있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면, 그들은 골프를 하면서 서로 봐주지 않는다. 서로에게 규칙대로 냉정히 지적하고 그것에 대해서 서운해 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것이 우리와는 조금 다른 그들의 정서이다. 룰을 그대로 말하고 적용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고, 서로 봐주는 것에 대한 마음의 타협을 할 필요가 없어 다툼이 잘 생기지도 않는다. 모든 스포츠에는 규칙이 있고, 규칙은 지켜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골프는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와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골프에 대한 자세와 생각을 달리할 때가 왔다. 규칙의 기본적인 내용을 더 많이 알아야 하고, 규칙은 정해진 대로 플레이 하는 것이 골프의 기본이라고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그러한 변화로 모든 골퍼들이 공정하고 한 단계 높은 플레이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 되어야 한다. 규칙대로 플레이하는 것이 스스로의 골프에도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이며 규칙을 존중하는 모습이 동반 플레이어들에게도 예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글 / 김태훈 프로(미PGA 클래스A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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