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공백’ 속 다음달 20일 총파업

지도부 투쟁고집하면 더욱 고립될 수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일 오전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양 위원장은 올해 5∼7월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달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연합]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일 오전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양 위원장은 올해 5∼7월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달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경찰이 2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함에 따라 민주노총과 정부의 노정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대규모 총파업을 강행할 예정이지만, 위원장 리더십 공백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새벽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해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달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 위원장은 구속영장 집행을 피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머물러왔다. 민주노총 역대 위원장들의 구속 사례는 많지만,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찰에 신병이 넘어간 사례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위원장은 호송차에 오르기 전 "10월 총파업 준비 열심히 해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민주노총은 양 위원장의 구속 직후 입장문에서 경찰의 구속영장 집행을 '전쟁 선포'로 규정하고 총파업 준비에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구심점을 잃은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20일 전 조합원 110만명의 참여를 목표로 대규모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이번 총파업은 지난해 말 당선된 양 위원장의 핵심 공약이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비상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 구속 사례가 많은 민주노총은 비상체제 운영에 익숙하지만, 민주노총 안팎에서는 총파업을 포함한 주요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 위원장이 직접 조합원들을 독려하며 총파업 투쟁 열기를 끌어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일부 가맹·산하 조직에서는 총파업 투쟁과는 다른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공공 의료 확충 등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던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새벽 보건복지부와 극적으로 교섭을 타결해 파업을 철회했다. 정부는 노조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앞서 기아 노조는 최근 사측과 10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했다. 민주노총의 핵심인 현대차 노조도 지난 7월 3년 연속으로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민주노총과 정부의 노정관계도 급격히 악화할 전망이다. 양 위원장은 지난 6월에는 김부겸 국무총리도 만났지만, 노정 교섭 틀 등에 대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양 위원장의 구속으로 현 정부 임기 중에는 민주노총과 정부의 관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노총의 현안 해결도 그만큼 어려워지고 투쟁 노선으로 쏠릴 수 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총파업에 조직 역량을 집중해온 양경수 집행부의 경직된 노선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집회 등 기존 방식의 투쟁을 조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총파업을 목표로 투쟁에 주력한 게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의 최대정파인 전국회의가 주도하는 현 집행부에서 반대 의견을 내기 힘든 분위기다. 이래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투쟁을 고집한다면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