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지시르 주정부 건물에 탈레반 깃발 게양

저항군 지도자, 결렬된 휴전 협상 다시 제안

NRF, 대변인과 장군 등 사망 트위터로 알려

아프간의 몽골 후손 ‘하자라족’ 저항도 주목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군이 남겨둔 장갑차 등을 동원해 저항군 세력이 주둔한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 지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AP]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군이 남겨둔 장갑차 등을 동원해 저항군 세력이 주둔한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 지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탈환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6일 미점령 지역인 북부 판지시르까지 장악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미군이 남겨둔 수십조원대 무기를 인수한 탈레반은 막강한 전력을 바탕으로 구 소련군도 점령하지 못했다는 판지시르에서도 파죽의 승전고를 울렸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이 나라의 완전한 안보를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 판지시르주는 탈레반의 완전한 통제 아래 있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대원들은 소셜미디어에 판지시르 주도 바자라크의 주정부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진, 주정부 건물에 ‘탈레반 깃발’이 걸린 사진 등을 올렸다.

탈레반과 전투를 벌여온 저항세력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은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NRF는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는 고(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이 이끌고 있다. 야신 지아 전 아프간군 참모총장, 정부군, 소수민족 군벌 등도 힘을 보태고 있다.

탈레반은 저항군이 투항을 거부하고 협상이 결렬되자 판지시르로 밀고 들어갔고, 3일 함락 성공을 선언했다.

하지만 당시 NRF 지도자 마수드는 “거짓말”이라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이어 5일 “판지시르 주도 바자라크 인접 지역을 함락시켰고, 바자라크에서는 전투가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날 승리를 선언한 것이다.

앞서 NRF는 트위터를 통해 “대변인 파힘 다시티와 압둘 우닷 자라 장군이 순교했다. 그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혀 전투에서 열세에 몰렸음을 시사했다.

파힘 다시티 대변인은 2001년 9월 9일 마수드의 아버지 아흐마드 샤 마수드가 숨진 자살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았던 인물이다.

마수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NRF는 탈레반이 판지시르와 안다랍에 대한 공격과 군사작전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휴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제안했다.

열세 속에 놓인 NRF가 앞서 결렬된 협상을 다시 제안한 것도 NRF가 열세임을 보여주는 증표로 읽힌다.

NRF의 열세 관측 속에 이들의 반격 여부가 주목된다.

아프간 저항군 세력이 지난 주 판지시르 계곡 일대에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AFP]
아프간 저항군 세력이 지난 주 판지시르 계곡 일대에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AFP]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주는 힌두쿠시 산맥을 중심으로 기다랗게 양옆으로 형성된 도시여서 예로부터 ‘천혜의 요새’로 꼽힌다.

판지시르는 페르시아어로 ‘다섯 사자’라는 뜻이며, 소련 등 외세나 20년 전 탈레반 집권기에도 점령되지 않은 지역이다.

탈레반은 파슈툰족을 기반으로 하지만, 판지시르 주민은 대부분 타지크족이다.

아프간은 파슈툰족(42%) 외 타지크(27%), 하자라(9%), 우즈베크(9%) 등 다양한 종족으로 이뤄져 있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재집권하자 저항 세력은 속속 판지시르로 모여들었다.

한편, 판지시르 외 시아파 소수 민족 하자라족의 집단 거주지인 와르다크와 다이쿤디에서도 산발적인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파슈툰족이 주축인 탈레반은 과거 아프간 통치 기간인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하자라족을 대규모로 학살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하자라족은 칭기즈칸이 1221년 서부 바미얀을 침공한 이래 아프간 땅에 정착한 몽골인들의 후손으로, 동양인의 생김새를 가졌다.

게다가 파슈툰족은 이슬람 수니파인데, 하자라족은 시아파다.

탈레반은 2001년 1월 바미안주 한 마을에서 하자라족 300여명을 집단 학살하는 등 많은 이들을 살해했고, 하자라족 종교 지도자들을 투옥했으며 여성들을 납치했다.

대부분의 하자라족은 빈곤과 천대 속에 살아야 했고 하찮은 직업에 종사해야 했다.

수만명이 집에서 쫓겨나 산속에 살았고, 당시에도 국경을 넘어 탈출한 이들이 많아 지금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아프간 난민 가운데 대다수가 하자라족이다.

탈레반은 정권을 빼앗긴 동안에도 수시로 하자라족을 상대로 테러와 납치를 저질렀다.

탈레반 지도부는 재집권 후 ‘개방적이고 포용적 정부’ 구성을 약속했지만, 이미 하자라족을 위협하는 행동을 일삼고 있다.

탈레반이 바미안주에 있던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을 파괴한 사진이 지난달 18일께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마자리는 1990년대 중반 당시 한창 세력을 확장하던 탈레반에 맞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