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파키스탄의 10대 인권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에 대해 고국인 파키스탄 교육계가 “이슬람을 모독했다”며 비난 행사를 개최했다.
파키스탄 사립학교연합은 10일(현지시간) ‘나는 말랄라가 아니다’(I am not Malala)라는 제목의 ‘안티 말랄라’ 행사를 열고 이와 관련한 행진, 세미나, 기자회견 등을 진행했다.
말랄라는 10대 여성들의 교육권을 주창하다가 2012년 10월 탈레반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이후 교육 운동가로 변신해 올해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파키스탄 일각에서는 그가 고국을 망신주려는 임무를 띤 ‘서방의 대리인’이라는 비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사립학교연합은 특히 말랄라가 지난해 펴낸 자서전 ‘나는 말랄라’(I am Malala)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이 단체 회장 미르자 카시프 알리는 성명에서 “말랄라가 살만 루슈디, 타슬리마나스린 같은 작가들과 연계돼 있고, 루슈디의 이념에 동조하고 있음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알리 회장은 “특히 말랄라가 루슈디의 책 내용을 표현의 자유인 것처럼 묘사한 것을 심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인도 출신 작가 살만 루슈디는 그의 소설 ‘악마의 시’가 이슬람교와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1989년 이란의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에 의해 살해 대상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방글라데시의 타슬리마 나스린 역시 소설 ‘라자’(수치라는 뜻)가 신성모독을 범했다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로부터 핍박을 받다가 1994년 외국으로 망명했다.
말랄라는 자서전에서 파키스탄 북서부 스와트 밸리 지역에서 탈레반의 가혹한 통치 아래 살았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면서 향후 정계에 몸담고 싶다는 야망을 내비쳤다.
또 자신의 아버지가 한때 이슬람 근본주의에 잠시 빠졌던 것을 ‘철없는 행동’(youngster)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테러위협에 영국서 거주=말랄라는 이슬람의 테러 위협 때문에 현재 영국에 살고 있다. 앞으로도 3년 동안은 영국에 머무를 예정이다.
파키스탄의 여성 인권 신장을 주창해 노벨평화상까지 타게 된 그가 거주지를 영국으로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 같은 선택은 모두 말랄라의 신변보호를 위해서 이뤄졌다.
말랄라의 고향인 파키스탄 밍고라에 살고 있는 그의 삼촌 마흐무둘 하산은 “말랄라는 향후 최소 3년 동안 파키스탄을 떠나 (영국에)있을 예정”이라면서 “우리는 그녀의 목숨을 위험에 처하게 둘 수 없다”고 밝혔다.
하산은 지난 주말부터 AK-47 소총으로 무장한 파키스탄 경찰 2명이 자택 주변을 순찰하며 경비를 펼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보안은 괜찮아 보이지만 알라신만이 더 잘 알 수 있다”면서 우려를 드러냈다.
말랄라는 2009년 파키스탄 북서부 스와트밸리 지역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파키스탄탈레반(TTP)이 소녀들에 대한 교육을 금지한 조치에 항의하며 10대 여성 교육권 운동을 시작했다.
2012년 10월 탈레반의 보복으로 머리에 총을 맞았고, 총알이 왼쪽 눈 위를 뚫고 들어가면서 생긴 상처를 긴급 치료하기 위해 영국에 이송됐다. 웨스트미들랜즈주(州) 버밍엄의 퀸엘리자베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2013년 1월 퇴원한 뒤 이곳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한 가족들과 함께 재활치료를 이어갔다.
이것이 계기가 돼 말랄라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지금은 버밍엄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재학 중이다.
그러나 탈레반은 말랄라에 대한 살해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직후에도 위협이 가해졌다.
TTP의 강경 분파인 ‘TTP 자마툴 아흐랄’은 10일 밤 트위터에 “말랄라 같은 사람은 우리가 (비이슬람교도의) 선전 때문에 단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슬람의 적들을 위해 날카롭고 빛나는 칼들을 준비했다”고 경고했다.
특히 밍고라에선 TPP가 이슬람 원리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테러공격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벨상금, 가자지구 쾌척=말랄라는 노벨상 수상금 5만달러(5275만원) 전액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쾌척하기도 했다. 말랄라는 유엔(UN)에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학교 재건에 써달라며 상금을 기부했다.
그는 “순수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끔찍하게, 너무나 오랜동안 고통받고 있다”면서 “팔레스타인 소년 소녀들, 전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해야한다. 왜냐면 교육 없이는 평화도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UN은 말랄라가 기탁한 성금은 가자지구에서 파손된 학교 65개교를 복구하는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팔레스타인인 2100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어린이 500명도 포함됐다.
말랄라는 어린이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어린이상’과 미국이 수여하는 ‘필라델피아 자유메달’ 도 받았다. 그는 필라델피아 자유메달 상금 10만달러를 파키스탄 교육 부문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바마에, “세계를 무장시키지 말라” 일침=말랄라는 또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세계를 무장시키지 말라’며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당돌한 17세 소녀가 세계를 움직이는 53세의 대통령에게 따끔하게 충고한 것이다.
NBC방송 보도에 따르면 말랄라는 지난달 2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포브스 30세 이하 정상회의’에서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총 대신 책을 보낸다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프자이는 이날 행사에서 “내 메시지는 매우 단순했다”며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총을 보내는 대신 책을 보내주고 무기를 보내는 대신 선생님들을 보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한 기자가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했냐고 묻자, 유사프자이는 그가 “매우 정치적으로 대응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출신인 유사프자이는 11살 때 BBC 방송 블로그를 통해 파키스탄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하며 어린이와 여성인권 문제를 전 세계에 알렸다. 이에 탈레반은 지난 2012년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말랄라에게 총을 쏴 보복했고 머리에 총을 맞은 그는 영국에서 수술을 받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후에도 그는 여성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강조하며 꾸준히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유사프자이는 필라델피아 자유메달(Liberty Medal)을 수상했다.
이 상을 주관하는 젭 부시 미국 국립헌법센터(NCC) 의장은 선정 이유에 대해 지난 6월 “억압 속에서도 평등과 자유를 위해 맞서 싸웠다”며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지도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개혁을 이끌 힘이 있다는 것을 그가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상으로 말랄라는 노벨평화상과 필라델피아 자유메달을 모두 받은 7번째 인물로 기록됐다.
필라델피아 자유메달은 1989년 필라델피아시가 제정한 상으로 인권 신장에 공헌한 이에게 상을 수여한다.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옛 수도로 이 상은 건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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