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며 “공정한 검찰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보다 2년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때는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 수사가 한창이다. 그동안 검찰은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맡으면서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았다. 이런 사건에서 손을 떼도록 하자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설했지만 정작 공수처는 이 사건을 수사할 의지도, 역량도 갖추지 못했다. 결국 칼자루는 검찰이 쥐었다.
이번 사건은 ‘검찰권 남용’이라 는 비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할 때는 항상 이런 논리가 빠지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김경수 전 도지사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때도 어김없이 대응논리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 수사를 보면 상황이 정반대다. 그동안 검찰의 직접 수사권한을 줄이자던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엄정수사를 주문했다. 반면 검찰은 언론이 제기한 의혹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인데도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주장은 보이지 않는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대신 ‘부실 수사’라는 수식어가 자리 잡았다. 체포했던 피의자를 구속영장 청구도 못하고 풀어주고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핵심 물증은 경찰이 하루도 안 걸려 찾아내는 등 전에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며 검찰이 망신을 감수하고 있다.
수사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검찰이 내린 결론에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느냐다. 이 신뢰의 시작점은 수사팀 구성인데, 대장동 수사팀을 면면을 보면 물음표가 붙는다. 팀장인 김태훈 차장검사는 특수수사 경험이 없다는 점은 둘째로 치더라도,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실무작업을 주도했던 인사다. 이런 검사가 여권 후보를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수사지휘권자인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고교 후배로, 장관 취임 이후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연이어 맡았다. 김오수 총장은 법무부 차관 시절 조 전 장관 수사 국면에서 ‘윤석열 배제 수사팀 구성’을 대검에 제안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최근에는 성남시 고문을 맡았던 이력이 알려지기도 했다.
검찰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기소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름의 논리를 갖춘다면 결과만을 놓고 비판할 것은 아니다. 다만 계속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인사들이 칼자루를 쥔 수사가 얼마나 신뢰를 받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이번 대장동 의혹 수사에서 특수수사 경력을 인정받았던 부부장검사 한 명이 팀에서 배제된 것은 심각한 징후다. 수사 방향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이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 선보다 아래로 내려왔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검찰에는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유능한 검사들이 많다. 대다수가 수사업무에서 배제돼 있거나 중앙무대에서 멀어져 있을 뿐이다. 능력보다 누구 편인가를 기준으로 인사를 반복한 청와대는 결국 ‘눈치 보는 검찰’을 만들었다. 이번 정부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검찰개혁’의 결과물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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