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재명, 변호사→행정가로 경력 쌓아
사상 첫 검찰총장→대선 직행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도 검사 경력…野 4명 중 3명이 법률가
노무현-문재인 이어 3번째 ‘율사 대통령’ 유력
70~80년대 법조계가 사회 인재풀로 작용
원칙 중시하지만 유연성 떨어지는 특징도
대선 주자 변호사 1 vs 검찰 출신 3 구도지만 4인 4색
[헤럴드경제=좌영길·박상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차기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이 유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야 변호사 출신의 이재명(57·사법연수원 18기) 전 경기도지사가 후보로 확정됐고, 5일 결과가 나오는 국민의힘 경선에도 유승민 후보를 제외한 윤석열(61·23기), 홍준표(67·14기), 원희룡(57·24기) 후보 등 4명 중 3명이 검사 출신이다.
주요 후보 선거캠프에도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들이 대거 중용되고 있다. 정치적 타협보다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성향의 법조인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과 함께 70~80년대 능력 본위로 성장한 엘리트들이 본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나, 야당의 홍준표·원희룡 후보는 법조인 출신이긴 하지만 정치 경력이 길기 때문에 정무감각을 몸에 익힌 인사다. 법률가라기보다 정치인에 가깝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검찰총장에서 대선에 직행한 독특한 사례다.
법조인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한 사례는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다만 두 인사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는 헌법기관을 활용하는 법률가적 면모로 정치적 위기를 돌파했다. 헌정사상 첫 탄핵심판과 행정수도 이전 위헌 사건, 대통령 재신임 투표 합헌 여부 등 굵직한 이슈를 통해 헌법재판소 위상이 올라간 시기도 참여정부 때다. 반면 야권을 대하는 자세는 대연정을 검토했을 정도로 유연했다. 상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전면에 참모진을 활용한 사정에 집중했고, 임기 중반 이후 검찰과 대립하는 국면에서도 전면에 나서기보다 법무부 장관을 통해 인사권을 활용했다. 대신 이른바 적폐청산이나 과거사 위원회, 수사권 조정 문제, 대일관계 등 정치적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치환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이 ‘법률가다운 정치인’이었다면, 문 대통령은 ‘정치인이 된 법률가’에 가까운 셈이다.
복수의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과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여당 의원실 보좌관은 “법조인 출신이라도 양극단으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를 오래 한 정치인은 협상이나 타협에 어느 정도 능숙하지만, 법원이나 검찰에 오래 몸 담았던 경우는 원칙이나 형식을 중시하는 특징이 보인다는 평가다. 이 보좌관은 “정치는 어떻게 보면 상상력이 발동돼야 하는 영역인데, 법률제정에 매달리다 보면 오히려 일이 추진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법이 만들어지면 찬성 아니면 반대만 남기 때문”이라며 “그런 면에서 (법조인 출신 정치인은) 융통성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선이 특정 직업군 편향은 아니라고 본다. 70~80년대 교육을 잘 받은 엘리트들이 법대나 의대로 진학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재풀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어느 나라든지 법률가 출신 정치인이 많다. 외국도 오바마와 클린턴도 변호사이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검찰 출신 후보가 많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수사만 해봐서 뭘 알겠느냐는 식의 이야기들을 하지만, 그것도 검사 출신이라서 그렇다기보다 정치경력이 짧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지적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국민의힘은 고위직 전관, 민주당은 민변으로 상징되는 인사들이 많았다가 사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판사 출신이 대거 영입됐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러한 법률가들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법률가들은 아니다. 민변 출신도 강성 인사가 많고 국민의힘 전관들도 서민을 변호하거나 대리하던 그 눈높이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법치주의 측면에서 법률가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헌법가치를 준수하지 않는 정책 추진이 왕왕 있었지 않았느냐”고 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제정한 것이라던가, 원자력 정책 변경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로 정부 인사들이 수사를 받게 된 사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언급한 그는 “법률가 출신이라고 해서 기대되고 그렇진 않다, 오히려 법률가가 (헌법 가치를 훼손한 경우)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주요 후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이재명 후보와 함께 일한 경력이 있는 한 변호사는 “추진력이 강하지만 물불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 국정을 운영한다면 상당한 갈등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정치보복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현직 검사는 윤석열 후보에 대해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검사로서 권력과 맞섰던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총장이 대선 출마를 하면서 검찰의 독립성을 망가트린 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조직에 큰 피해를 입한 것도 사실”이라며 “대통령으로 뭘 하겠다는 비전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대 법대 출신의 이재명 후보는 변호사로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1989년부터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연대위원, 2003~2004년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2006년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경남 성남시장선거에 출마했지만 2010년에는 당선했다.
윤석열 후보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에서 대통령 선거에 곧바로 뛰어든 사례로 남게 됐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4년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특별한 정치이력은 없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을 맡아 청와대와 맞서는 강골 검사 이미지로 이름을 알렸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냈지만, 역시 조국 전 장관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지휘하면서 청와대와 대척점에 섰다.
홍준표 후보는 잘 알려진 것처럼 90년대 드라마 ‘모래시계’의 실제 모델이다. 고대 법대를 나와 1983년 검사로 임관해 10여년 동안 검찰에 몸담으며 강력수사 경력을 많이 쌓았다. 원희룡 후보는 법조인으로 일한 경력 자체가 짧지만, 고향 제주에서 ‘수재’로 인지도를 쌓은 게 정치적 자산이 된 사례다. 1989년 학력고사 수석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고 1992년 사법시험에서도 수석합격했다. 1995년 검사로 임관했지만 3년 만에 옷을 벗었고,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하며 본격적인 정치경력을 시작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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