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라는 단어는 중세 프랑스어 ‘plat’과 ‘forme’의 합성어 ‘plate-forme’를 16세기 이후 건축 분야에서 요새 등의 포대로 사용되던 ‘평평한 바닥’이라는 용어로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온라인 플랫폼’은 이러한 플랫폼의 기능을 온라인에서 구현한 것으로, 현실세계의 플랫폼 위에서 사람들이 만나 여러 가지 행위를 하듯이 온라인상 일정한 작용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인터넷이라는 길을 타고 온라인 플랫폼을 방문해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 지식과 정보교환, 타인과의 의사소통, 공동체 형성과 같은 많은 일을 한다.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사회문화적 활동 가운데서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과 비중이 커질수록 그들에게 요구하는 책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은 온라인 플랫폼과 가맹자 사이 계약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유지하기를 요구하는 규칙(P2B 규칙)을 발효시킨 후 네트워크상 콘텐츠에 대한 관리책임을 강화하고(Digital Services Act) 경제활동의 매개자로서 일정한 법적 의무를 강제하는 규칙(Digital Markets Act)을 발의해 논의 중이다. 우리 국회에도 많은 수의 온라인 플랫폼 관련 의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들이 내세우는 핵심 주제는 ‘공정’ 또는 ‘이용자 보호’로 요약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는 법안들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연 ICT생태계 안에서 플랫폼이라는 행위 형식을 가졌다는 점을 근거로 한 규제가 실질적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첫 번째 의문은 플랫폼 위에서 이뤄지는 행위들을 일률적으로 하나의 범주를 묶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횡적으로는 수많은 산업 영역-미디어 서비스, 상품 중개, SNS, 게임 등 -으로 분화한다. 종적으로는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에서 플랫폼에의 업로드, 이용자와의 계약, 인터넷망의 이용, 이용자의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가치사슬을 가진다. 미디어 플랫폼 서비스만 살펴보더라도 콘텐츠의 제작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문제, 인터넷망의 이용관계, 전자거래계약관계, 통신 서비스로서의 관계 등이 여러 차원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두 번째 의문은 오로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서비스의 형식을 이유로 새로운 규제를 창설해야 할 구체적인 리스크가 실제로 나타났는지의 문제다. 플랫폼이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통해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현재의 공정거래법제(불공정거래행위 등)를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직접적인 규제방식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복잡한 가치사슬 안에서 이뤄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규제권자와 수범자 사이에 큰 정보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 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들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에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명제의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규범적으로 이를 강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서비스를 둘러싼 실질적인 행태를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제공 형식만을 중심으로 한 규제방식이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다차원적인 가치사슬 속에서 생겨날 수 있는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실질적으로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규율방식을 강구하는 일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조교수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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