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상위 20% 아파트값 평균 15억원 시대
1주택자 “집값 올라도 기쁘지 않아…이사 불가”
대출금지선 걸리고, 양도세·취득세 내면 더 손해
전문가 “종부세 등 과세기준 9억→11억 올렸듯이 손봐야”
“살고 있는 집에 갇힌 느낌이에요. 이동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죠. 우리집 가격 올랐다고 신날 것 없습니다. 주변 아파트가 죄다 대출이 안 나오는 15억원 이상이거든요. 지금 집 팔고 세금 내면 같은 집도 다시 못 삽니다.”(서울 마포구 거주 1주택자)
10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5분위(상위 20%) 아파트값은 평균 15억307만원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집계·공개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수도권 5분위 아파트값은 2019년 8월(10억297만원)에 평균 10억원을 넘은 뒤 작년 2월(11억359만원) 11억원을 돌파했다. 그 후 7개월 만인 작년 9월(12억1991만원) 12억원선도 넘었고, 올해 1월(13억1326만원)엔 13억원도 넘어섰다. 또 5개월 만인 올해 6월(14억1616만원) 14억원을 넘은 데 이어 4개월 만에 다시 15억원선을 돌파했다.
주택시장에서 15억원은 ‘대출금지선’으로 통하는 금액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내 시가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서는 매입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강남권 초고가 주택이 아니더라도 서울 시내 중심부의 85㎡(전용) 아파트값이 15억원선에 밀집한 상태다. 마포구 상수동 래미안밤섬리베뉴2차 아파트 85㎡은 2년전 2019년11월 처음 15억원에 손바뀜된 후 최근 실거래가는 17억원, 호가는 19억원까지 치솟았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더샾 84㎡은 줄곧 14억원대를 유지하다 지난 6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단숨에 15억원을 뛰어넘었다.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자이아파트 85㎡도 올해 1월 처음 15억원에 거래되고 최근 시세는 16억4000만원, 호가 역시 15억8000만원부터 형성된 상태다.
이같은 집값 상승기에 1주택자의 ‘갈아타기’는 오히려 막혔다. 내 집 가격이 올라도 기쁘지 않다는 반응이 속출한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양도세와 취득세를 내고 나면 집을 팔고 손에 쥐는 현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대출 받아서 집 산 사람들은 집을 팔면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 전세금도 안되고, 융자없이 소유하던 사람조차 새 집에서 대출이 안 나와서 신용대출을 ‘영끌’해야만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 가격은 이미 평당 1억원을 넘어섰고, 30평대 15억원은 왠만한 서울 중심부 아파트면 호가한다”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고가주택 기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금을 감당할 능력이 있어도 무조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거주 30대 A씨는 “매달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가능한 소득수준이지만 수십억원 현금은 없기에 가고 싶은 동네로 이사를 못간다”면서 “아이가 태어나서 조금 더 좋은 동네의 아파트로 가고싶은건 자연스런 욕망인데 그걸 틀어막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조했다.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선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한것처럼 ‘15억원’ 대출금지선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5억 대출금지선을 설정하고 한동안은 아파트 실거래가가 14억9000만원 등으로 수렴하는 현상을 보이더니 어느샌가 금지선을 뚫고 신고가를 쓰는 일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면서 “집값을 잡는 효과보다는 현금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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