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확진자까지 격리 방식에 불만
병상 마련 책임을 민간에 전가
“감염병 기관 줄인 행정에 문제”
방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대응 지침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에 있던 비확진자까지 격리하는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방식’을 고수하면서, 이를 따라야 하는 의료기관들을 중심으로 ‘무리한 조치’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코호트 격리’가 비확진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한 방역 조치이고, 추가 연쇄 감염 차단 효과 역시 기대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2월 1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경북 청도 청도대남병원 코호트 격리의 ‘악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12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경기도에 위치한 A병원은 지난 2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20명의 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시 20명의 확진자가 한 층(2층)에서 나오자 A병원에 대해 방역당국은 코호트 격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명의 확진자와 같은 층(2층)에 있던 21명의 비확진자가 함께 격리됐다. 그런데 코호트 격리 조치 이후 2층에서 양성 확진자가 10명 추가 발생하고, 별도 층인 5층에서 5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코호트 격리 이후 15명의 추가 확진자가 생긴 것이다.
당국은 이 병원의 2층을 코호트 격리할 것을 요구하며, 3층과 5층에 있던 비확진 환자들을 A병원이 주체가 돼 다른 병원에 옮길 것을 주문했다. 3층과 5층의 비확진 환자들을 타병원에 옮겨 추가 병상을 확보해, 2층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 3·5층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당국의 요구였다.
그러나 A병원 입장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2층 확진자들이 대거 발생하기 며칠 전에도 2·3·5층의 환자들이 서로 모여 병에 대한 세미나 모임을 하는 등 접촉을 했기 때문이다. 3·5층의 환자들이 타 병원에 옮겨진 뒤 확진자로 판명날 경우, 오히려 다른 병원에 코로나 감염 피해를 전파시킬 수 있다.
의료계 안팎에선 방역 당국이 민간 병원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20명이 확진됐다고 해서 같은 층에 있던 21명의 비확진자의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한꺼번에 격리시킨 것은 문제란 분석이다.
민간병원인 A 병원이 주체가 돼 3·5층의 환자들을 타 병원에 옮기는 전원 조치를 하라고 한 것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공공의료 성격을 고려한다면, 국립정신건강센터의 격리병동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민간 병원인 A병원의 확진자들을 대신 입원시키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런데 오히려 전원 책임을 민간 병원에 돌려 어려움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A병원은 총 확진자 35명 중 9명만이 타 병원에 이송되고 26명의 확진자가 남아 있는 상태다.
최근엔 인천 남동구 소재 요양병원과 제주 제주시 요양병원 등에서 수십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 코호트 격리 이후 추가 감염(n차 감염) 우려가 지속되는 상태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코호트 격리에 따른 추가 감염 가능성을 아는 의료계 사람일수록 자신의 부모가 요양병원 등에 있을 경우 남들보다 빨리 다른 병원에 전원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지난해 2월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 사태를 겪고 나서도 줄곧 코호트 격리 조치가 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청도대남병원에서는 폐쇄병동에 입원한 환자 103명 가운데 101명이 감염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무리한 코호트 격리보다는 확진자를 조기에 전원한 뒤 비확진자에 대한 항체치료제 치료를 하는 대안을 생각할 수도 있다”며 “최근 당국이 감염병 전담 의료기관을 줄이는 행정을 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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