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외치던 지구촌 “원전, 원전” 왜?

“원전 온실가스 배출량, 태양광 3분의 1 수준”

中, 향후 15년간 원전 최소 150기 건설 계획

英·佛 신규건설 재개...日도 ‘탈원전’서 유턴

천연가스 비중 높은 동유럽·개도국 관심 커져

“상대적 비용 높고 기상이변 리스크” 반론도

영국 남부 ‘힌클리 포인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 현장의 모습. 완공 시 영국 전체 전력공급의 7%를 차지하는 대형 원전이다. [BBC]
영국 남부 ‘힌클리 포인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 현장의 모습. 완공 시 영국 전체 전력공급의 7%를 차지하는 대형 원전이다. [BBC]
지난달 29일 프랑스 동부 오브에 위치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에서 한 인부가 일을 하고 있다. 이곳에선 프랑스에서 만들어지는 중저준위 방 사성 폐기물과 연구·의료용 방사성 물질이 보관돼 있다. 해당 시설은 방사성 폐기물을 최소 300년 이상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P]
지난달 29일 프랑스 동부 오브에 위치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에서 한 인부가 일을 하고 있다. 이곳에선 프랑스에서 만들어지는 중저준위 방 사성 폐기물과 연구·의료용 방사성 물질이 보관돼 있다. 해당 시설은 방사성 폐기물을 최소 300년 이상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P]
벨기에 티앙주 원자력 발전소와 원전 확대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는 주요국 정상들의 모습. 조 바이든(왼쪽부터)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EPA]
벨기에 티앙주 원자력 발전소와 원전 확대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는 주요국 정상들의 모습. 조 바이든(왼쪽부터)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EPA]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탈(脫) 원전’ 바람이 불던 지구촌에서 ‘원전 회귀’ 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에 팔을 걷어붙인 국제사회가 고심 끝에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직면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지체 등에 즉각 대처할 방안으로 원전 카드를 다시 만지작 하면서다.

주요 선진국들은 물론 개발도상국까지도 원전 확대로 무게추가 기우는 가운데, 탄소 중립 방안으로서 원전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각종 연구 자료도 쏟아지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원전 산업 강화 움직임은 ‘탈 원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금 원전 확대 드라이브 중=탄소 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다는 이유로 원전 건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15년간 원전을 최소 150기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세계 나머지 국가들이 지난 35년간 지은 원전 수보다 많다.

중국이 계획대로 2035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147GW 늘리기 위해서는 3700억~4400억달러(약 437조~520조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써 중국은 2020년대 중반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 국가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석유나 천연가스를 이용한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유럽 국가들도 원전 확대에 적극적이다. 연료 가격이 급상승하며 경제적 부담이 커진 데다, ‘가스 공급책’인 러시아가 에너지 위기를 틈타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TV로 중계된 대국민 담화에서 “에너지 자립을 보장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취임 당시 원자로 14기를 폐쇄하고,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75%에서 50%로 낮추겠다고 공언해온 마크롱 대통령이 ‘친(親) 원전’ 원전 기조로 변심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12일엔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10억유로(약 1조4010억원)를 투입해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20년 넘게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영국도 정책 방향을 돌렸다. 영국 정부는 ‘넷제로(탄소 배출량 0)’ 전략 보고서에서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핵심으로 원전을 지목하고 2050년까지 약 45조원을 투자해 SMR 16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직접 주도 중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폭발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움직임이 본격화됐던 일본에서도 기류가 바뀌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 중 원전의 비중 목표치를 20~22%로 유지하기로 한 새 에너지 계획을 발표하며, 그동안 가동이 전면 중단됐던 원전을 재가동할 예정이다. 여기에 중의원 선거에서 얻은 절대 안정 다수 의석(261석)을 기반으로 원전 신설에도 나선다는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SMR 개발에 방점을 둔 연구·개발(R&D)에 15억달러(약 1조7768억원)를 투입한다.

이 밖에도 러시아·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는 물론 인도·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터키 등 중동 지역 개발도상국들도 석탄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원전 건설 계획을 구체화 중이다.

▶COP26은 원전 홍보장...“원전 중단·폐쇄 대가 커”=지난 1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폐막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대책으로서 원전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COP26 현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이번 회의의 핵심 주제로 꼽히는 ‘탈 석탄 가속화’에 원전이 최적화됐다고 적극 홍보했다.

앞서 내놓은 ‘탄소중립(Net Zero) 세계를 위한 원자력 에너지 보고서’를 통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50년 동안 원자력은 누적 70G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고 매년 1Gt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며 “지금은 증거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고 원자력에 대한 투자를 늘릴 때다. 그렇게 하지 않는 대가는 너무 커 감당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고서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폴란드, 러시아, 영국 등 9개국이 낸 지지 성명도 실렸다.

세계원자력협회(WNA)도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1970년 이후 석탄 화력 발전과 비교했을 때 원전은 720억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제시한 로드맵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전 세계가 달성하기 위해선 2020~2050년 원자력 발전량이 현재의 두배 이상 증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재생에너지와 비교했을 때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비슷하거나 더 적다는 연구 결과도 원전 확대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 합동연구센터(JRC)는 ‘원자력 에너지의 기술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1GWh 발전 시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28t)이 태양광(85%)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풍력(26t), 수력(26t)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의 매트 보웬 연구원은 “우리가 신규 원전 건설을 배제하고 탄소 중립을 추진한다면 훨씬 더 힘든 길을 만날 것이며, 기존 원전 폐쇄 카드까지 꺼낸다면 탄소 중립에 위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 가운데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면서도 탈원전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곳은 유럽의 오스트리아와 독일,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페인 정도다.

탄소중립 목표를 원전 확대 없이 신재생에너지 비중 증대만으로 달성하겠다는 한국 역시 대표적인 탈 원전 국가다. 각계각층의 비판에도 문 정부는 변함없이 2080년을 목표로 완전 탈 원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 “원자력, 알고 보면 비싼 에너지원...기후변화에 취약”=원전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그린피스 측은 최근 성명에서 “원전은 현재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종종 선전되지만 실제로는 건설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에너지원”이라며 “특별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모든 생산 단계에서 방사성폐기물을 생성하며, 안전하게 저장하는 방법을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원전이 비용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1 세계원전산업동향보고서(WNISR)’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의 평균 단가(LCOE, 발전에 투입된 모든 비용을 발전량으로 나누어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는 1㎿h 당 163달러로 태양광(37달러)의 4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고, 풍력(41달러)보다도 4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더 주목할 대목은 원전 비용이 지난 10여년 동안 점점 증가한 반면,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 비용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WNISR은 “조사의 주요 데이터는 북미 지역에서 도출됐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재생에너지 비용이 원전 비용보다 더 싸다는 것이 최근 추세”라고 설명했다.

원전의 또 다른 약점은 향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기상이변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8월 미국 원전을 분석한 결과 “냉각수 취수가 용이한 해안가 등에 위치한 원전의 특성상 기후 변화에 따른 폭우, 태풍, 해수면 상승 등에 절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