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악성코드 만들어 사이버 공격
가짜뉴스 퍼뜨려 적국 혼란·분열 유도
오늘날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개념은 최첨단 IT(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사이버전과 정보전, 대중매체를 활용한 미디어전, 금융 및 경제 제재, 난민 등 그야말로 현대적 모든 갈등 수단이 ‘혼합(hybrid)’된 형태로 나타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전 형태로 진행되는 하이브리드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첨단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달 7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 암살 시도는 최첨단 하이브리드 전쟁 양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당시 드론 3대가 총리 관저를 공격해 경비담당자 7명이 부상했다. 공격 대상인 총리는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로켓포를 방공 시스템으로 요격할 정도로 경비가 삼엄한 바그다드의 ‘그린존(안전지대·Green Zone)’이 드론 공격에 뚫렸다는 소식에 국제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1월 미군이 드론 공격으로 암살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사례는 미군의 최첨단 공격형 드론기술은 물론 미군의 정보전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
하이브리드전은 냉전 시대 이후 미국이 독보적 우위의 군사력을 보유하면서 러시아를 중심으로 부상한 개념이다. 패권경쟁에서 밀린 러시아가 미국과 정면승부를 피할 우회술로 하이브리드전을 택한 것이다.
2012년 11월 러시아 연방군 최고사령관격인 총참모장에 오른 러시아 육군대장 발레리 게라시모프는 2013년 2월 ’예측에 있어 과학의 가치‘라는 논문을 통해 “21세기엔 근대적 전쟁모델이 통용되지 않으며, 전쟁은 평시인지 전시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나아간다”면서 이를 하이브리드전이라 불렀다.
’게라시모프 독트린‘으로 알려진 이 개념에 따라 러시아는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점령한 뒤 우크라이나에 사이버공격을 가하는 동시에 가짜 뉴스를 확산시켜 적진을 혼란과 분열 상태로 만드는 전략을 취했다.
러시아가 2015년 12월 ‘크래시 오버라이드(Crash Override)’라는 악성 코드를 활용해 사이버공격을 감행하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전력의 5분의 1이 중단됐고, 키예프 주민 22만여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됐다.
인공지능(AI)기술이 적용된 이 악성 코드는 해커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네트워크 회로에 연결돼 상대방 시스템을 공격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사이버전쟁의 첨단 유도미사일로 불린다.
과거 강대국들이 활용했던 정보전 역시 첨단 IT 발달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로버트 뮬러 미 특검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연방보안국(FSB)과 러시아 정보총국(GRU)을 배후로 둔 해커집단은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 문건과 대선 유력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을 해킹해 유출했다.
오늘날 하이브리드전의 개념은 특정 국가에 난민을 대량으로 유입시키는 ’난민 공격‘의 형태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EU의 경제 제재에 불만을 품은 벨라루스가 중동 난민을 대규모로 자국으로 불러모은 뒤 EU 회원국으로 밀어넣는, 일종의 ‘난민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김수한 기자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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