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상률 내주 결정
고령층은 2~3배씩 오를 수도
[헤럴드경제] “1년에 수백번 도수치료 받은 사람 치료비 수천만원을 왜 내가 부담해야 하죠?”
구(舊)실손보험에 가입 중인 A씨는 요즘 보험료 때문에 고민이 크다. 평소 조금 아픈 것에는 병원을 잘 가지 않는 성격이라 보험 가입 후 보험금을 타본 적은 한번도 없는데 내년부터는 매달 보험료를 10만원 가까이 내야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내년 실손의료보험 인상률이 다음주 결정된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적자 해소를 위해 보험료를 많이 올려야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국민 부담을 이유로 지나친 인상을 막으려 하고 있다. 지난해 인상 수준을 감안하면 올해도 10% 중반 수준에서 인상률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다만 보험료가 3~5년 주기로 갱신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갱신 가입자 대부분은 3~5년치 인상률이 한번에 반영돼 50%가 넘게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주 초 보험업계에 실손보험 인상률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칙적으로 보험료는 시장 자율로 결정되지만,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은 보험업계가 금융위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해 결정한다.
올해 실손보험 전체의 보험료 평균인상률은 10∼12% 수준이다. 주요 4개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 기준으로 '1세대' 구(舊)실손보험 보험료는 17.5∼19.6%가,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은 11.9∼13.6%가 올랐다. '3세대' 신(新)실손보험(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은 동결됐다. 보험사는 더 올리는 것을 희망했지만, 금융위는 일부만 반영하라고 의견을 낸 결과다.
보험업계는 내년 보험료는 올해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손해보험은 3분기 말까지 손해율(위험손해율) 131%를 기록해 연말까지 손해액이 3조5000억원이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10년간 매년 20%씩 보험료를 올려야 간신히 적자를 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입장에 부정적이다. 실손보험은 3900만 국민이 가입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가격 인상 시 국민 부담이 크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보험료율이 국민의 실생활과 관련된 보험일수록 합리성을 바탕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개입으로 인상률이 억제된다 해도 3∼5년 주기 갱신이 도래해 보험료가 오르는 고령 가입자는 인상률이 50%를 웃돌게 된다. 3∼5년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되고, 연령 증가에 따른 요율 상승(1세당 평균 3%포인트)도 추가되기 때문이다.
1세대 실손은 2017년 이후 매년 약 10% 또는 그 이상 올랐고 2018년에만 보험료가 동결됐다.내년 인상률을 제외하고도 연령 인상분까지 반영하면 50% 넘게 보험료가 오르는 것이다. 고령층은 연령 증가에 따른 인상분이 연간 5%포인트(p)가 넘기 때문에, 보험료가 2~3배씩 오르는 가입자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4월 이후 가입한 3세대 실손보험은 올해까지 연령에 따른 인상분만 적용됐으나 내년 처음으로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보험업계가 2019년부터 적용한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를 건의했기 때문이다. 안정화 할인이 종료되지 않더라도 출시 5년이 지나는 내년 4월부터는 보험료율 인상이 가능해진다.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병의원과 보험 가입자의 과잉의료로 실손보험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책임은 상품 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보험사도 있는데, 그 부담을 전체 가입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공사보험협의체는 다음주 회의에서 비급여진료 관리방안,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추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 재정 절감 효과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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