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A씨 부당 지시 거부 후 쓰러져
사측 “업무상 재해 아냐” 유족급여 등 지급 거부
유가족 소송 제기…법원, 업무상 재해로 인정
“질병과 업무상 스트레스 인과관계 있다 봐야”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부당 지시로 상사와 말다툼 후 숨진 공사현장 직원의 유가족이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종환)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신청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사건은 1심 판결 그대로 확정됐다.
공사현장 자재차량의 현장 진입·진출 유도 업무를 하던 A씨는 지난해 2월 상사의 지시를 거부한 뒤 동료에게 상황을 전하다 쓰러졌고 병원으로 후송되던 도중 숨졌다. 직접적 사인은 뇌지주막하 출혈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 상사 B씨는 공사현장 하역장소 부족을 이유로 A씨에게 “바리케이트 위치를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원청 사전 동의 없이 무단 이동시킬 경우 안전유도원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A씨는 주장이 관철된 뒤 동료에게 이를 알리던 도중 어지러움증을 호소한 뒤 의식을 잃었다. A씨는 평소 고혈압 환자로 알려졌다.
사측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A씨의 작업내용, 업무시간, 사망 직전 다툼의 내용에 비춰 볼 때 업무로 인한 출혈이 아니다”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유족은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했으나 기각됐고 결국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해석했다.
또 A씨가 1개월 단위로 근로기간을 연장하는 단기계약직인 점이 스트레스를 가중시켰을 것이라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는 팀장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제3자까지 불러오는 등 외부에 드러난 다툼 정도도 일시적인 충돌로 치부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보인다”며 “이로 인해 흥분과 불안 등이 교차하는 심리상태를 겪었을 것이고 순간적으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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