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원하는 직장은 어디?
취업선호도 공기업 21.8% >대기업 19.6%
벤처·스타트업 5.1% 불과…중소기업과 비슷
성별·연령불문 공통적…모험보다 안정 택해
2021년 3분기까지 누적 벤처투자액 5조원 돌파, 투자 건수 3855건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위용을 과시했던 제2 벤처붐도 ‘신의 직장’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2030세대가 찾는 일자리는 공기업, 대기업 등 ‘안정형’ 일자리였다.
헤럴드경제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공동으로 실시한 2030세대 정치 및 사회 인식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는 취업이나 이직 등의 기회에서 ‘공기업’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39세 이하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을 실시한 결과, 선호하는 일자리를 묻는 항목에 응답자 21.8%가 공기업을 꼽았다. 2위는 ‘대기업’으로 19.6%였으며, ‘프리랜서’(16.3%), ‘공무원’(13.8%), ‘자영업’(13.4%)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공기업과 공무원은 정년과 복지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아 경쟁률 역시 치열하다. 여기에 높은 임금과 복지 등이 장점인 대기업까지 합하면 2030세대의 안정형 일자리 선호 응답 비중은 55.2%에 이른다.
안정형 일자리에서 벗어나보면 수입과 근무시간 등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프리랜서와 자영업의 선호도가 높았다. ‘N잡러(자아실현을 위해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 ‘긱 이코노미(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 등 새로운 일자리 형태에 익숙한 2030세대의 특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프리랜서로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지향하는 트렌드는 코로나19 이후 더 확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수 침체, 코로나19 타격 등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둔화 대목에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은 한국 경제가 기댄 돌파구였다. 벤처기업은 2020년 매출액과 고용인원 등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이 같은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2020년 벤처 매출액은 206조9000억원으로 재계 2위 수준까지 도달했고, 벤처 전체 고용인원은 81만7000여명으로 우리나라 4대 그룹 고용인원인 69만8000여명보다 11만9000여명 더 많았다. 정부는 올해도 혁신 창업 활성화를 위해 2조6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1200여명 규모의 인재를 양성하는 벤처·스타트업 아카데미를 정식 출범해 벤처로의 인재 유입도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2030청년의 벤처·스타트업 선호도는 5.1%에 불과했다. 청년층의 대표적인 비선호 일자리인 중소기업(4.3%)과 0.8%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스타트업은 기업 역량과 트렌드 변화 등에 따라 성장폭이 크게 차이 난다는 점에서 안정형인 공기업·공무원과는 대척점에 있는 일자리다. 몸담고 있는 회사가 고속 성장하면 스톡옵션 등으로 종사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대박’이 터지기까지 빠듯한 연봉과 격무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생했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받는 것도 아닌 ‘하이리스크-하이리턴형(위험이 높은 만큼 보상도 크다)’ 일자리다. 스타트업 기피 현상은 당장 내 집 마련도 어려울 정도로 계층 이동사다리가 끊긴 2030세대가 직업 선택에서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공기업 선호 현상은 모든 성별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공통적인 현상이었는데, 30대에서는 특히 두드러졌다. M세대로 분류되는 30대는 선호도가 공기업(22.9%)에 이어 프리랜서(17.5%), 대기업(16.5%), 자영업(16.2%) 순으로 나왔다. 사회 경험이 쌓인 만큼 고소득과 워라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Z세대로 일컬어지는 만 18~29세 응답자와 서울 거주 응답자는 유독 공기업보다 대기업을 더 선호했다. 서울 거주자들의 경우 생활물가 수준이 높고 서울의 인프라에 익숙해 대부분 지방에 있는 공기업(18.7%)보다 대기업(24.6%)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응답자를 연령대, 지역별, 성별, 소득수준 등에 따라 구분해봐도 벤처·스타트업 선호도는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지역별 구분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카이스트 등의 인프라가 뒷받침되고 있는 대전·세종·충청 지역의 벤처·스타트업 선호도가 7.7%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벤처투자 등 창업 인프라가 쏠림 현상을 우려할 정도로 집중됐다는 수도권에서도 벤처·스타트업을 선호 일자리로 꼽은 응답은 서울이 5.9%, 인천·경기가 6.9%에 그쳤다. 강원·제주 지역 응답자 중에서는 벤처·스타트업을 선호하는 일자리로 답변한 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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