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부회장·노태문 사장 등 SET부문 핵심 임원 40여명

CES 하루 앞두고 현지 총집결…애플 잡을 'TIGER' 전략 수립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삼성전자 제공]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삼성전자 제공]

[라스베이거스(미국)=문영규(헤럴드경제)·김병욱(코리아헤럴드) 기자] 삼성전자가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 전략을 ‘TIGER’로 정했다. 호랑이처럼 매섭게 북미 시장에서 애플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한종희 부회장 취임 후 더 공격적인 삼성의 스마트폰 행보가 예상된다.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세트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주요 임원 40여명은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5일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onsumer Electronics Show)를 하루 앞두고 비공개 회동을 갖고 북미 MX 전략을 논의, 그 핵심으로 TIGER 전략을 수립했다.

TIGER의 ‘T’는 모든 영역에서 최고가 되자는 ‘True No. 1 in all categories’를 뜻한다. ‘I’는 주요 시장에서 플래그십 모델의 점유율을 높이자는 ‘Improve flagship market share’을 의미하며, ‘G’는 숙적 애플과 격차를 줄이자는 ‘Gap vs. Apple’을, ‘E’는 무선 이어폰 등 주변기기를 확장하자는 ‘Expand’에서 따왔다. ‘R’는 2022년 또한 기록적인 한 해로 만들어보자는 ‘Re’를 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회동은 한종희 부회장의 가벼운 새해인사로 시작됐다. 이어 노태문 사장은 직접 영어로 발표를 진행하며 “우리의 (MX) 비전은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지능적인 디바이스업체로 탈바꿈하는 것이며, 더는 기술 브랜드가 아닌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는,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노태문 사장의 발표 후 TIGER 전략을 설명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실제 호랑이 울음 소리가 삽입된 해당 영상에서 ▷모든 제품군에서 진정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할 것 ▷6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제품군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 ▷애플과의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저들이 갤럭시로 스마트폰을 변경하게 할 것 ▷글로벌 시장에서 무선이어폰 등 C-브랜드 제품의 존재감을 늘릴 것 ▷2022년을 또 한 번 기록적인 한 해로 만들 것 등을 주문했다.

삼성의 TIGER 전략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 중국에서 삼성의 존재감은 현재 미미한 상태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 점유율은 0.5%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지난해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중저가 경쟁에서 패배한 결과다.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스마트폰시장인 인도에서도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2분기 삼성의 인도 스마트폰 점유율은 20% 선 방어에 실패하며 10%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10월에는 중국 업체 ‘리얼미’에 밀려 점유율 2위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반면 프리미엄 북미, 유럽 시장에선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 중단에 반사이익을 보는 등 순항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북미,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두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각 시장에서 애플과 샤오미에 밀려 2위로 밀려났다가 다시 1위를 탈환한 것이다.

삼성이 특히 플래그십 모델 점유율 확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갤럭시Z 폴드3’와 ‘플립3’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특히 플립3는 고가에도 지난 3분기 북미 시장에서 판매량 5위 진입을 간발의 차로 놓치는 등 새로운 효자제품으로 등극했다. 플립3의 성공을 바탕으로 5% 내외로 앞서나가는 애플의 북미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을 추월하겠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갤럭시Z’ 시리즈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구체적인 판매량은 밝히지 않았으나 1000만대 이상 판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한종희 부회장은 이날 ‘미래를 위한 동행(Together for tomorrow)’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친환경 노력과 함께 2025년까지 전 가전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쓰겠다고 약속했으며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와도 미세 플라스틱 배출 저감을 위한 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그는 “미래를 위한 동행은 우리가 반드시 만들어 나가야 할 미래”라며 “다음 세대가 원하는 변화를 이룩하고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