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 업계 최초 혁신상 ‘콥틱’

얼굴너비·코높이…18가지 측정 안경테 제작

정교한 스캐닝 과정거쳐 오차 0.5㎜ 미만

기존 제조방식 탈피, 3만개 생산에 직원 3명

맞춤형 안경테 17만8000원으로 더 낮춰

아이폰 카메라 얼굴 스캔…美 온라인 진출

“본질을 바꿔 안경업계의 테슬라 되고 싶어”

콥틱은 3D스캐너(위쪽)로 착용자의 얼굴형태를 측정해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안경테를 만든다. 브리즘 시청점에서 3D프린팅 안경을 소개하고 있는 성우석 콥틱 대표.
콥틱은 3D스캐너(위쪽)로 착용자의 얼굴형태를 측정해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안경테를 만든다. 브리즘 시청점에서 3D프린팅 안경을 소개하고 있는 성우석 콥틱 대표.

3D프린팅에 꽂힌 남자가 안경에 데였던 남자를 만나 일을 냈다. 내로라 하는 스타트업들의 경연장인 디데이에서 우승하더니 1년여만에 매출 2배 성장 등의 성적표를 내고 있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5~7일(현지시간) 열리는 ‘CES 2022’에서 업계 최초로 혁신상도 받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혁신’이라는 말이 날아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도대체 안경으로 무슨 일을 한 걸까. 콥틱(공동대표 성우석·박형진)은 착용자의 얼굴에 딱 맞는 맞춤형 안경을 스캐닝과 3D프린팅 기술로 만들어낸다. 시작은 제조업을 바꿔보고 싶다는 성우석 대표의 바람에서 시작했다.

성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드물게 회계사 출신이다. 삼일회계법인과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며 인수합병 업무를 담당하느라 유독 공장실사 등을 자주 나갔다. 그는 회계사로 사회를 경험하기 전부터 부친이 제조업에 종사했기에 공장환경에 대해 이해가 깊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제조업의 업태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때 눈에 띈 게 3D프린팅.

“3D프린팅은 최소 제작수량이 1개입니다. 단 하나의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데에서 기존 제조업이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재고부담 없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D2C(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바로 제품을 판매함)가 가능해지고, 개인맞춤 상품을 주문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2015년 유럽 업체를 섭외해 3D프린팅으로 휴대폰 케이스 등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아예 3억원에 달하는 3D프린터를 덜컥 사버렸다. 외국 업체에 외주를 주는 방식은 마진이 턱없이 적었기 때문. 프린터까지 생긴 김에 여러 아이템을 물색하다 안경에서 시선이 멈췄다. 고등학교 3학년부터 안경을 써온 성 대표였지만 안경은 ‘복불복’의 아이템이었다.

얼굴 형태는 사람마다 다른데, 안경은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에 사람이 맞춰 써야하는 불편이 계속됐다. 착용자의 얼굴에 제대로 맞지 않는 걸 안경사들이 수작업으로 테를 이리저리 틀어가며 간신히 얼굴에 ‘피팅’을 해주곤 했다. ‘최소 제작수량이 1개인 3D프린팅이라면 이런 불편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본격적으로 안경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한 그에게 고교 선배가 박형진 대표를 소개시켜줬다. 박 대표는 ‘알로(ALO)’ 브랜드로 다양한 디자인의 안경을 선보였다 대형 업체들의 미투 전략으로 고전하며 안경업계를 떠나온 이력이 있다.

“선배가 저한테는 알아두면 좋은 사람이라고 박형진 대표를 소개했지만, 박 대표에게는 ‘얘 좀 말려달라’며 저를 만나게 했더라고요. 안경은 워낙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분야라 인맥 없고 사업 모르는 사람이 하면 고생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거든요. 박 대표가 대화 중에 제 안경을 보고 어디에서 산 거냐 묻길래 3D프린터로 직접 만든 것이라 했더니 단박에 같이 하자고 했어요. 말리러 왔다가 공동창업을 하게 된 거죠.”

3D프린팅에 전부를 건 성 대표와 안경사업으로 흥했다 크게 데이고 나온 박 대표, 여기에 제조업체인 휴맥스옵틱까지 합세해 1년여간 3D프린팅 안경을 연구했다. 매주 모여 사업구상을 가다듬으며 2017년 ‘브리즘’ 브랜드로 안경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안경은 렌즈를 동공에서 앞 쪽으로 12㎜ 되는 위치에 동공점을 두는 게 기본이다. 콥틱은 동공점에 맞게 렌즈위치를 잡아두고 얼굴 너비, 귀까지 각이 뻗어나가는 각도, 코 기둥의 높이, 코 끝의 높이 등을 측정해 다리의 각도부터 코 패드 위치 등을 정한다. 안경테 제작을 위해 측정하는 지표는 18가지. 3D로 사용자의 얼굴을 스캐닝하는 과정에서 오차는 0.5㎜가 안된다는 게 성 대표의 설명이다.

“스캐닝 과정이 정교해 얼굴이 평소보다 붓기만 해도 다른 수치가 나옵니다. 스캐닝할 땐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고 표정조차 최대한 평소의 모습으로 서달라고 부탁할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양쪽 귀 위치가 다 다른데, 양쪽 얼굴 비대칭이 심한 분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습니다. 어떤 이들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안경을 썼다’고 감탄하기도 했어요.”

안경은 고급 테가 80만~90만원까지 갈 정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브리즘은 맞춤형으로 만든 테가 17만8000원 선. 여기에 렌즈도 시력과 압축 등의 조건에 따라 정찰제로 가격을 정해놓고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다 공개하고 있다.

“맞춤형이 비싸다는 것은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 기존 제조업의 논리입니다. 콥틱은 3만개 이상의 생산공장을 돌리는데 직원이 3명이면 충분하고 인건비가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주문이 많아지면서 운영효율이 높아져 초기 21만8000원이었던 가격을 17만8000원으로 더 낮췄습니다.”

성 대표는 3D프린터의 생산능력에 대해 “하루 200장의 각기 다른 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캐너와 프린터가 생산을 받쳐주니 본사는 제품 다양화에 집중할 수 있다. 24명의 직원 중 10명이 디자이너다.

국내에서는 안경렌즈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없어 서울시청과 판교, 여의도 등 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디캠프 우승 이력 덕분에 서울 마포의 프론트원 사무실을 쓰고 있다. 올해는 성수동 쪽으로 나가 공장과 매장, 사무실 일체형의 공간을 마련하려 준비 중이다. 고객들이 디자이너와 직접 상담도 하고, 3D프린터로 제품을 만드는 과정도 직접 볼 수 있는 컨셉트스토어인 셈이다. 올해 매장도 1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IC베를린 등 유수의 안경테기업들이 3D프린팅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소비자의 얼굴에 맞춰 테를 만드는 사업모델을 제시한 곳은 없다. 해외 업체들은 소재 다양화 목적으로 3D프린팅을 활용하고 있고, D2C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직접 파는 경우도 거의 없다. 대부분 안경점에 공급하는 사업모델의 보조수단으로만 3D프린터를 이용한다.

“콥틱은 중간유통 과정이 없어 가격도 낮출 수 있고, 소비자 얼굴형 측정수치와 판매데이터를 직접 갖고 있어서 이를 빅데이터로 연계할 수도 있죠. 비슷한 얼굴형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이 고른 테 디자인을 추천할 수도 있고, 최근 이 추천모델이 실제로 채택되는 확률도 많이 높아졌어요. CES에서도 데이터까지 연계되는 사업모델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CES 참여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미국 진출은 온라인 기반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은 온라인으로 렌즈를 판매하는게 가능해 온라인으로 진출하려 합니다. 아이폰에 있는 카메라를 기반으로 소비자 얼굴을 스캔하고, 소비자가 고른 안경테를 가상시착해서 최종 선택을 하게 합니다. 이후 데이터만으로 안경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보내주는 식입니다.”

현재 미국의 인플루언서들과 스캔 데이터만을 갖고 만든 안경이 얼마나 편한지 등을 시험해보고 있다. 데이터 검증을 마친 후에 크라우드펀딩을 거쳐 미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7월 콥틱은 디캠프에서 우승하면서 “안경계의 테슬라가 되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성 대표는 이에 대해 “안경업의 본질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라 했다.

“안경은 서비스가 바뀐 적은 있었지만 제품의 본질은 늘 그대로였습니다. 고종황제가 썼던 것과 현재의 안경의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저희는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업의 본질을 바꿨던 것처럼 안경업의 본질을 바꾸고 싶습니다. 사람 손에 의존하지 않고 설비와 데이터를 이용해 세상에 하나 뿐인 안경을 재주문 했을 때에도 동일한 것으로 탄생시키는 게 당면 목표예요.”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