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등 8700여명 참여

성평등정책 강화요구 여성과 시민모임

회견서 “성평등정책 강화 요구” 선언문

“성평등 전담 부처 더 필요한 시기”

“여가부, 성평등 수준 높이는 역할”

“저출생·청년좌절감, 여가부 투사 안돼”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강화 요구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강화 요구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과 시민 등 8700여 명이 새 정부를 향해 성평등 정책 강화를 촉구했다.

성평등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여성과 시민모임은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소통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은 성평등 사회가 아니다. 성평등 정책 강화를 요구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번 선언문에는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전 9시50분까지 남녀 시민, 청년 등 2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시민 8709명이 참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이화여대 여성학과 명예교수),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차경애 전 한국YWCA연합회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홍찬숙 한국여성연구소장 등 유명 여성계 인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여가부 폐지는 명백한 퇴행”이라며 “여가부 같은 중앙 전담 부처의 총괄과 조정이 없다면 개별 부처 내 성평등 정책들은 주변화되거나 고립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제기되는 여가부에 대한 비판은 사실상 여가부가 위상과 권한이 약해서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면서 “성평등 전담 부처로서 위상과 권한 강화가 한국의 성평등 정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일부 정치인이 정치적 셈법에 따라 ‘젠더갈등’을 증폭시키고 이용하고 있다”며 “성평등 정책이 여성만을 위하거나 특정 정당과 관련된 것이라는 폄훼는 그동안 남녀를 포함한 각계 시민들이 기울여온 땀과 노력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필화(앞줄 왼쪽 세 번째)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강화 요구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장필화(앞줄 왼쪽 세 번째)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강화 요구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들은 선언문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한 바와 달리 여가부의 소명은 끝나지 않았다”며 “한국은 성격차 지수 156개국 중 102위(2021년), 성별임금 격차 31.5%(2020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국가로 국력과 국격에 비해 현저히 낮은 성평등 수준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여가부의 기능에 의심하는 일부 시선과 관련해서는 “여가부가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한부모·다문화가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학교 밖 청소년 등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그루밍, 스토킹,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 등 새로운 유형의 폭력 피해자 지원, 양육비 이행 강제와 같은 가족보호 정책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가부는 정부 내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성인지 예산, 성별영향평가 등 성주류화 정책을 집행하면서 성평등 수준을 높였다”며 “여성의 경제 참여를 높이고자 경력단절여성 지원, 일하는 여성의 모성보호 등의 정책을 통해 우리의 경제성장을 전진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 세계 97개국에 여성 혹은 성평등 전담 장관급 부서(부처)가 있다”며 “성평등의 가치는 경제적 발전, 사회적 통합, 국민 개개인의 평안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가치”라고 말했다.

이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의 역할은 더욱 강화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성차별 결과”라며 “저출생은 육아휴직·보육, 교육·가사노동 분담 문화, 인식 교육·노동시장 성별 분리·성별 임금 격차·여성의 경력 단절 등 여러 문제가 통합적으로 엮어야만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들은 “청년세대가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는 주거와 자산 불균형, 저성장 상황이 불러온 경쟁 격화 등을 해소할 희망이 보이지 않은 데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 대신 여·성평등 정책, 여가부에 투사해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