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여부 ‘본선’보다 자격 따지는 ‘예선’ 더 어려워

검사는 기본권 주체 인정되기 쉽지 않아

국회 상대 권한쟁의 청구 자격도 인정 어려울 듯

헌재, 공수처법 관련 사건에서도 다수 사건 '각하'

사건 당사자도 “막연한 헌법소원은 불가” 선례

헌법소원도 법 전체 아닌 일부 조문에만 효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연합]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검찰이 수사권 전면 박탈을 골자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향후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기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서 검사의 지위를 검찰이 독점하는 게 아니라고 판단한 선례가 이 사안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과 전주혜 의원은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피신청으로 하는 효력정지 및 본회의 부의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검찰이 별도의 헌법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다. 박성진 대검 차장은 27일 “검찰이 수사를 못 하도록 하고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것은 내용상 위헌 소지가 있음이 명백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법안을 관계기관 의견 수렴, 공청회 등 충분한 논의 없이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하루아침에 다수결로 강행 통과시킨 것은 절차상으로도 심각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헌재가 지난해 공수처 관련 법안에 대해 내놓은 결론을 종합하면, 본안 판단 전에 소송 요건을 따지기가 매우 어려울 전망이다. 위헌 여부를 다투려면 기본적으로 헌법소원이나 권한쟁의로 가야 하는데, 헌법소원의 경우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국가 기관인 검사가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국회에서 입법으로 의결한 사항을 법무부 외청인 검찰이 권한쟁의를 청구할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다. 결국 위헌 여부를 다투는 본안에 앞서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 결정이 나오기 쉽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사가 아닌 사건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낸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권리 침해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헌재는 지난해 2월 공수처법이 행복추구권과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김모 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각하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법상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려면 막연한 우려 수준을 넘어 실제 불이익을 받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은 자신의 기본권에 대한 공권력 주체의 제한 행위가 위헌적인 것임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주장해야 하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주장을 하지 않고 막연하고 모호한 주장만을 하는 경우 그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결론냈다. 또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은 현재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의미이고, 간접적·사실적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라는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사건 당사자가 검사 판단을 받을 권리 침해를 주장하려면 실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한 법안으로 인해 어떤 불이익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설시해야 한다.

설령 헌재가 검찰의 위헌 주장을 모두 받아주더라도, 일부 조항을 문제삼는 헌법소원을 통해서는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 내용 전체가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위헌 결정의 효력은 법률 전체가 아니라, 문제삼은 조항에 한정해 영향을 미친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실무적으로 필요한 법이기 때문에, 위헌성을 확인하더라도 국회에서 합헌적인 법률을 마련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기존 법률 효력을 인정하는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헌법소송을 통하더라도 민주당 입법 이전 상태로 회귀시키기는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