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 변화 확실히 필요한 시점”
챕터2는 개별활동의 시작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데뷔 9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앨범을 선보이며 “방탄소년단의 챕터1을 마무리한다”고 했던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단체 활동의 ‘잠정적 중단’을 선언했다.
방탄소년단은 14일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TV(BANGTANTV)’를 통해 올린 ‘찐 방탄회식’ 영상을 통해 ‘완전체 활동’ 중단을 암시하며 “각자 시간을 가지면서 경험을 쌓고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챕터2는 ‘개인활동’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멤버들은 이 자리에서 2013년 데뷔해, 팬데믹을 거치며 최정상에 오른 현재까지 쉼없이 달린 자신들의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리더 RM은 “세상에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싶어 방탄소년단을 했는데, ‘온(ON)’ 활동 이후 어떻게 할지 몰랐다. 코로나19라는 핑계도 생겼고 그 이후 활동을 하며 확실히 팀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이너마이트’(Dynamite)까지는 우리 팀이 내 손 위에 있었던 느낌인데 그 뒤에 ‘버터’(Butter)랑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부터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더라”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되게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멤버들의 오랜 고민은 ‘개인의 성장’을 위한 시간을 가지자는 데에 생각이 모아졌다.
RM은 “K팝과 아이돌 시스템은 사람을 숙성하도록 놔두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며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니 인간적으로 성숙할 시간이 없다. 생각을 많이 하고 시간을 보낸 다음에 숙성해 나와야 하는데 방탄소년단을 10년 하다 보니 숙성이 안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최전성기를 맞은 시점에서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기능해야 할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고 내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며 “내가 어떤 사람이고 방탄소년단이 어떤 팀이고 내가 여기 왜 있고 내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인터뷰를 하고 인식하고 나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 팀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는 모르겠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랩 번안하는 역할을 하고, 퍼포먼스를 잘 하는 친구들 옆에 있으니 난 옆에서 적당히 묻어가고 이 팀은 돌아가는데 내가 여기서 벗어나질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이걸 잠깐 떨쳐내고 혼자 가만히 두고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충분히 생각하고 돌아오고 싶은데 그걸 계속 연장했다”고 털어놨다.
슈가 역시 “2013년부터 작업을 해 오면서 한 번도 ‘너무 재미있다’고 하면서 작업해 본 적이 없다”며 “그래도 지금 쥐어짜는 것과 7∼8년 전에 쥐어짜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 그때는 하고 싶던 말이 있는데 스킬이 부족해서 쥐어 짜낸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RM은 또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팀을 대표해)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내 생각인데 우리 팀 생각인자, 언젠가부터 이런 것들이 죄책감도 많이 들었다. 혼자서 할 말은 많이 쌓였는데 팀으로서 할 말이 없는 거다”라며 “멤버 중 한 명인데 꼴에 영어 좀 한다고, 꼴에 리더라고. 팀 거를 하다가 이제부터 내 거 해야겠다고 모드를 확 바꾸는 게 이젠 안 되겠더라. 결국 나 혼자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리더의 이야기에 지민은 “지금에 와서야 우리가 각자 어떠한 가수로 팬분들에게 남고 싶은지를 이제야 알게 돼서 지금 힘든 시간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서야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려는 것 같고 그래서 좀 지치는 게 있는 게 아닐까.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매사 솔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하게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그래서 지치는 게 있었던 것 같고 조금씩 풀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RM은 “지쳤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죄짓는 것 같으니까”라고 고백했다.
슈가도 “가사가,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언제부턴가)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었다.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창작의 고통을 꺼내 들었다.
방탄소년단은 새로운 2막을 개별활동으로 준비 중이다. 그간 멤버들이 선보인 ‘믹스테이프’(비정규 음반) 등의 솔로 음악 활동을 정식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첫 주자는 제이홉이다.
제이홉은 “개인 앨범에 대한 방탄소년단의 기조 변화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며 “방탄소년단의 챕터 2로 가기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RM은 “믹스테이프라고 했던 콘텐츠를 이제 (정식) 앨범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제이홉의 콘텐츠부터는 정식으로 발매할 것이다. 각각 개인의 뭔가를 발현하기에는 너무 늦긴 했다”고 소개했다.
맏형 진은 “나는 배우가 하고 싶었다”며 “아이돌을 하게 되면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니 그쪽(배우)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인생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이 자리를 가지며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눈물을 보이며 서로를 다독였다.
슈가는 “난 진짜 이 일을 하면서 즐거웠던 순간들이 훨씬 더 많지만 정말 괴로웠던 순간도 너무 많다”며 “난 그냥 멤버들이 활동하며 괴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냐, 선택했냐를 따져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 행복한 것을 하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난 요즘 행복을 열심히 찾아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좋은 것 같다. 우리는 100살 때쯤 되면 죽을 텐데 그 때까지 BTS를 할 수 있겠냐”며 “그건 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때까지 정말 행복하게 재밌게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인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다. 뷔는 “우리가 여태까지 단체로만 집착을 많이 했다”며 “개인으로 다 활동을 하든 뭘 하든 다시 단체로 모이면 시너지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방탄소년단이 다시 모일 활동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전했다.
RM은 “사람들이 원하는 퍼포먼스를 (이번에) 보여드리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면서도 “나중에 모였을 때 제대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을 오래하고 싶다. 오래 하려면 내가 나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옛날처럼 멋있게 춤을 추지는 못하더라도 방탄소년단으로, RM으로 남아있고 싶다”고 했다.
데뷔 이래 지난 9년간 쉼 없이 달려온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일 발매한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로 잠시 쉼표를 찍게 됐다.
현재 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 중단은 그룹을 둘러싼 미묘한 상황 변화와 맞물려 많은 해석을 하게 된다. 특히 지난 4월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이후 논란의 씨앗이 남아있는 군입대 문제 등이 이러한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관측이 커진다. 현재 대중문화예술인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게 하는 병역법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라 입대의 불확실성은 향후 단체활동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 해도 시행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과 현재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논란을 감안하면 이들의 선택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의 맏형인 진은 1992년생으로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을 받아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그간 다른 K팝 그룹과는 달리 유별나게 ‘단체활동’만 이어온 방탄소년단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개별활동에 돌입한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과도한 의미 부여 대신 “멤버들의 개별활동 예고”에 방점을 뒀다. 빅히트뮤직 측은 “단체활동 잠정 중단 의사를 밝혔다기 보다는 앞으로 개별활동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로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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