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폐지회수율은 지난해 기준 87%. 세계 평균 60%와 비교하면 매우 높긴 하다. 그런데 폐지를 분류, 선별해 버리는 데는 취약한 탓에 ‘폐지의 품질’은 매우 낮다. 종이란 종이는 모두 한데 뒤섞이는 까닭이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폐지를 일괄적으로 ‘종이류’로만 분류해 수거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종이나 각종 이물질이 함유된 채로 수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폐지의 재활용을 저해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폐지를 원료로 사용하는 제지회사에서는 재활용 때 20% 가까운 손실을 본다. 폐지 100t을 원료로 사용할 경우 이 중 80t만이 종이제품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제지회사에서는 이를 ‘수율’이라 지칭하며, 폐지의 품질을 따질 수밖에 없게 한다. ‘폐지의 품질’이라니 무슨 말일까 싶겠다.

국내에서는 2018년이 돼서야 비로소 ‘인정받은 순환자원은 폐기물로 보지 않는다’는 자원순환기본법 9조가 제정돼 폐지를 자원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이전에는 폐지를 쓰레기로 인식했다는 것을 뜻한다. 동시에 정부의 폐기물정책에 의해 폐지보관장소나 이동도 제한해왔다. 때문에 폐지 분류에 대한 필요성도, 기준도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황이다. 아직도 국내 폐지 중 20% 가량만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고 대부분은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다. 폐지 관련정책의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천연펄프 생산량이 많은 동남아국가들조차도 폐지를 자원으로 생각해 수출을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에야 비로소 폐지수출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자원순환 분야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 유럽은 일찍부터 폐지를 자원으로 인식, 폐지자원의 관리를 안정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미국은 58가지로 폐지를 분류하고 있으며, 일본은 9개로 대분류한 후 26개로 소분류한다. 유럽도 5개의 주요 등급에서 57개의 하위 등급으로 세분화한다. 즉, 자원순환 선진국들은 폐지를 세분화해서 버리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수준의 폐지 품질, 즉 높은 재활용률이 유지되고 있다.

제대로 버리는 것만으로도 폐지는 자원으로서의 쓰임새가 확 달라진다. 우유팩은 안쪽 방수용 폴리에틸렌(PE) 코팅을 녹이는 과정만 거치면 아주 훌륭한 화장지 원료가 된다. 반면 우유팩을 다른 종이와 섞어서 버리면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폐지를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려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제지업계에서도 폐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펄프종이공학회와 한국제지연합회는 ‘폐지’라는 용어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폐지(廢紙)라는 단어로 규정되면서 ‘자원이 아닌 버려지는 쓰레기’라는 인상을 직관적으로 주기 때문이다.

소중한 자원인 폐지를 진정한 순환자원이 되게 하려면 제대로 된 분류가 가장 중요하다. 또 이를 추가적 규제와 비용 소모 없이 가장 쉽고 빠르게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버리되 분류를 잘하는 것’이다. 환경보호는 결코 멀리 있는 활동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손에 쥔 종이쓰레기를 어떻게 버릴지 고민하는 데서부터 환경보호가 시작된다.

김진두 한국펄프종이공학회장·아진P&P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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