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오모(33ㆍ여) 씨는 지난 2008년 전북 전주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의사의 결정에 따라 흡입분만을 시도하다 실패해 제왕절개로 아들 B(6) 군을 낳았다. 흡입분만은 진공흡입기를 태아의 머리에 부착해 끌어당겨 태아가 자궁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도와주는 분만방식이다. 하지만 B군은 태어나자마자 두개골 골절 등의 진단을 받아 스스로 서거나 걷지 못하고, 언어인지기능 장애도 생겼다.
지난 1월 B 군의 재판을 진행한 서울 동부지법은 “담당의사가 무리한 수술을 시도했고 제때 제왕절개술을 시도하지 않았다”며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의사의 책임비율은 50%로 한정했다. 법원은 “의료행위는 환자의 증상이 계속 변하고 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의사에게 폭넓은 재량이 부여된다”며 “뇌성마비는 다양한 원인을 밝히기 어렵고, 태아와 산모의 신체적 요인이 분만을 어렵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10여년 간 민간이 제기한 의료소송은 2배 가까이 늘어났으나 환자가 100% 승소하는 경우는 여전히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환자가 의료소송에 있어서는 을(乙)이라는 뒷말을 낳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의 책임 비중을 정하는 ‘책임제한’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서울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 류동훈 씨는 지난 7월 발표한 석사학위논문 ‘산부인과 의료소송 판결상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는 의료소송전문 법률사무소에서 최근 20년 간 진행한 산부인과 의료사고를 분석한 것이다.
류 씨는 논문에서 66건의 판례를 ▷과실 유형 ▷손해의 정도 ▷의료기관 규모 ▷책임제한 사유 ▷심급 ▷관할지역 ▷연도 ▷인용률(원고가 피고에게 주의의무 위반 책임을 물어 그 중 받아들여진 비율) 등의 요소에 따라 분석하면서 “책임제한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법원이 책임제한 비율을 정할 때 이미 과실판단에 따라 산정된 인용률에 미리 맞춰 놓은 후 기계적으로 정형적 이유를 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대개 의료소송에서 의사의 책임이 인정되는 비율인 ‘책임비율’은 ‘인용률’을 통칭해 사용됐다.오 씨 사건의 경우 인용률이 40%였고, 책임비율 역시 이와 유사한 50%에서 결정됐다는 것이다. 류 씨는 “인용률 40%를 100으로 보고 의사가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이유에 따라 다시 책임제한비율을 산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법원이 인용률에 따라 책임제한 비율을 기계적으로 맞춘다”고 주장했다.
류 씨는 “의료소송이 증가할수록 재판결과에 당사자들이 재판 결과에 납득할 수 없는 사례 역시 늘어날 것”이라며 “재판부가 피고의 과실존부에 대해 충분한 심리를 선행하고, 의학통계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