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집주인, ‘만기에 보증금 빼달라’ 내용증명 발송 사례 증가

보증보험 가입했어도, 임대차 계약 해지 의사 밝히는게 좋아

전국적 전셋값 하락 지속, 일부선 역전세난까지…新트렌드 속속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낸 내용 증명…“내 전세금 언제 주나요” [부동산360]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대에서 굳어지는 분위기다.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까지 7%에 바짝 다가섰다. 사진은 서울시내 은행에 붙어 있는 대출 관련 홍보물.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10월 중순 전세 만기이고 갈 곳은 정해뒀는데, 임대인이 집이 안 나간다고 그냥 기다리랍니다. 심지어 지금 제가 사는 전세가격보다 1억원 높게 부동산에 내놨네요. 이자도 비싸서 그대로 내놔도 될까 말까인데, 이거 내용증명 보내야 할까요? 아직도 본인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전세계약을 둘러싸고 내용증명 발송을 고민하는 양상에 변화가 생겼다. 과거 전셋값이 폭등하던 시기에는 세입자가 눌러앉아 집주인이 퇴거를 종용하는 내용증명을 보낼지 고민하던 사례가 많았으나, 최근엔 반대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때 빼달라고 독촉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세입자 모시기’, ‘역전세’ 등 단어까지 언급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일부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하려면 금액을 낮춰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서울의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전 국민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세 시세가 떨어지는 걸 지켜볼 수 있으니까 예전과는 다르게 정보 파급력이 크다”면서 “본인이 들어왔던 전세금액보다 시세가 떨어지는 걸 보고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많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한국부동산원 10월 첫째주(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1% 하락했다. 서울은 0.20%, 수도권은 0.27%, 지방은 0.14%씩 전셋값이 지난주에 이어서 또 떨어졌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인상에 따른 전세대출 이자 부담과 반전세‧갱신 계약 선호현상으로 신규 전세 수요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사정이 급한 임대인들이 내놓는 급매물 중심으로 간간이 거래되고, 그 안에서 또 경쟁이 붙으면서 가격 하향 조정이 지속되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보증보험을 들어둔 임차인이라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기관에서 대신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기 두 달 전에 계약을 해지할 의사를 표현해 두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해지 통보를 해야 HUG 등 기관에서도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게 된다. 그러니 내용증명을 보내 송달까지 완료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보증보험을 들지 않아 결국 만기까지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못 받고 이사 나간 임차인의 사례도 있다. 이럴 경우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보증금에 대한 이자까지 요구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명령을 마치 부동산 가압류가 걸려 있는 것처럼 여기는 임대인들이 많다. 집주인에게 압박을 가해서 빨리 보증금을 반환하게 하는 데는 효과적”이라면서 “다만, 이 집을 매수하려고 하거나 새로 전세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들은 ‘집주인이 얼마나 돈을 제때 지급 못해서 (임차권)등기까지 하게 됐나’ 의심하고 기피하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