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거짓말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여성 대통령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여성을 우습게 여기거나 비하하는 한국인의 집단심성이 만들어낸 거짓말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식민사관 학자로 알려진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쓴 ‘반일 종족주의’에 나오는 글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가결되고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안에 대해 일반상식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주장이다. ‘반일 종족주의’는 일본어판을 출판한 즉시 ‘아마존 재팬’의 도서 부문 판매 1위에 등극했다. ‘반일 종족주의’의 후속편인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에서 이 전 교수는 조선이 망한 이유를 ‘개인보다 사회를 앞세우는 전체주의’라고 지목했다. 일본의 침략보다는 조선 내부의 문제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여당을 이끌고 있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정 비대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며 “조선 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고 썼다.

정 비대위원장의 글에 대한 비판은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 일동은 규탄성명서를 통해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전형적인 친일사관”이라고 했고, 같은 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일제가 조선을 침략할 당시 명분 삼았던 전형적인 식민사관의 언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임진왜란, 정유재란은 왜 일어났나. 이순신, 안중근, 윤동주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나”라고 반문했고, 같은 당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라고 지적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당내외 비판에 사과 대신 반박을 선택했다. 정 위원장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선이라는 국가공동체가 중병에 들었고, 힘이 없어 망국의 설움을 맛본 것”이라며 “이런 얘기했다고 나를 친일, 식민사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공격한다. 논평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한다”고 해명했다. 식민사관에 입각한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에 ‘진위 왜곡’으로 맞선 셈이다.

얼마 전 ‘비속어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대통령도 ‘사과’보다는 ‘반박 해명’을 선택했다. 영상 속 발언은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고,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라고 해명했다. 방송사가 쓴 자막이 발언을 왜곡해서 들리게 했다며 해당 방송사를 겨냥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해명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두 달 만에 20%대로 내려앉았다. 같은 조사에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에 대해선 70%가 ‘동의한다’고 답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27%로 조사됐다.

비속어 논란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해명이 나온 후 윤 대통령이 국민을 대상으로 ‘청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이 생겼다. 이번에는 여당 수장이 국민을 상대로 ‘독해력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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