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뒤늦은 대책 마련 총력
‘주최없는 축제’ 지자체·경찰 의무강화
與 “민주, 입법에 초당적 협력 보여야”
野, 개정안 검토 착수…책임소재 지적
예산심의 앞두고 안전예산 확보도 속도
대규모 인명피해를 초래한 이태원 참사가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정치권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최 없는 축제’에 안전관리 책임이 모호했던 법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정부 의무를 강화하는 한편 필요 예산을 확충하는 등의 다각도 대책이 거론된다.
여야가 사고책임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공고한 만큼 관련 입법과 예산 심의에도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재난안전법 개정 ‘급물살’=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모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및 시행령 대한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축제 개최 시 안전관리 조치를 규정한 재난안전법 66조의 11과 시행령 73조의 9를 놓고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행 조항들에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의 관리책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안전관리계획 수립의 주체가 ‘지역축제를 개최하려는 자’로 돼 있다. 이에 이번 핼러윈 행사와 같은 자발적으로 군집한 인파를 관리할 책임 주체가 모호한 사각지대가 참사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보완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사고 사흘째였던 지난달 31일 “이번 사고처럼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 사고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지자체가 주최하지 않는 행사라 하더라도 지자체 판단으로 최소한의 안전 조치를 위한 차량·인원 통제를 경찰에 협조 요청할 수 있고, 경찰 역시 안전 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면 지자체에 통보하고 긴급 통제 조치를 실시하는 내용을 앞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여당에서도 입법 논의를 앞당기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도 안전관리에 임하도록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도 초당적 협력을 말했다시피, 정치권이 해야 할 필요 입법 마련 등을 위해 여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같은 사고 후에는 통상 당정협의를 열어 입법 방향을 잡게 된다. 애도기간에는 우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추후 논의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도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일단은 개별 의원 차원에서 개정 발의 작업이 시작되는 모습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주최자 없는 지역축제에서 지자체와 경찰의 질서유지 의무를 명시하고, 경찰법과 지방자치법상에서도 관련 상황에 대한 의무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현행 법 아래에서도 정부가 적극 행정에 나섰다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이런 기류에 당내 구성된 이태원참사대책본부 차원의 입법 논의는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주최자 없는 행사라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제도 미비 탓으로 돌리는 것 또한 매우 부적절하다. 주최자가 없으면 국가안전법의 대원칙에 따라 정부 당국이 나서야 할 일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산정국과 맞물려 ‘안전예산’ 확보도 속도=참사 후 여당은 안전예산 확보도 공언했다. 이달부터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재난과 안전관리에 드는 국가예산을 적극적으로 편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회의에서 “이번 예산국회에서 국가와 사회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하고 안전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찾아내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1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다중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재난 피해에 대비한 재난안전훈련 실시와 같은 사회안전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예산을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일본처럼 심도 있게 대비하는 훈련이 우리나라에선 매우 약해져 있다. 일상적인 훈련 과정에 필요한 예산도 지원하고, 조직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비인력 지원 시스템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예산 확보에 대한 공감대는 야당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민주당 국민안전재난재해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성만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안전 문제가 생기게 되면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이에 대한 예산을 늘리고 지원을 튼튼히 하는 것이 결국 국민안전을 지키는 기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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