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수사 놓고 시끌시끌

서울경찰청·용산서 추가 압수수색

총경·정보과장 등 잇단 피의자 입건

수사받던 용산서 계장 극단적 선택

경찰·소방 재난 사령탑 행안부

특수본, 법리검토도 아직 진행중

경찰·소방 내부선 수사불만 쇄도

이태원 참사 수사를 맡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경찰과 소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수사를 하는 모양새지만, 윗선인 정부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수본이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특수본은 행정안전부에 대한 법리검토를 마치지 못했다. 특수본은 “법리검토 결과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야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행안부는 경찰과 소방을 지휘하는 정부 부처로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에는 행안부 장관이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재난·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참사와 관련해 행안부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특수본의 칼날은 경찰과 소방을 향해 있다. 특수본은 서울경찰청과 서울 용산경찰서에 대해 지난 2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8일에는 경찰청장, 서울청장, 용산서장 집무실과 서울청 112 상황실, 용산서 정보·경비과장실 등 경찰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 이임재 전 용산서장(총경), 용산서 정보과장·계장 등은 피의자로 입건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서울 용산소방서 등 소방 관련 7곳도 압수수색하고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 최 서장은 참사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한 뒤 54차례에 걸쳐 무전을 통해 소방·경찰력을 긴급히 보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이태원 안전사고 우려 정보보고서를 삭제 지시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용산서 정보계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경찰과 소방 내부에서는 특수본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특수본에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지난 11일 사망한 전 용산서 정보계장에 대한 추모 글과 함께 특수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경찰관은 “경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경찰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도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왜 책임을 경찰관에게만 묻고 정부에는 물어서는 안 되는지 답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33년차인 한 경찰관은 “현장 공무원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윗선은 수사에서 빠져있는 건 잘못됐다”며 “윗선이든, 현장이든 구분 없이 공정하게 특수본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사람은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경찰관서 소속 경찰관은 “참사 당시 현장에서 가장 수습에 힘쓴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며 “물론 경찰도 대처 미흡 등 책임이 있다면 조사를 받아야겠지만 선후관계가 틀린 것”이라고 했다.

경기 지역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도 “정치권은 경찰로 책임을 몰고 있는데, 조직은 이런 상황에서 하위직 직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수사만 하고 있다”며 “현장을 제대로 못한 지휘부에 먼저 책임을 물어야 맞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노총 소방노조는 이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직무유기·업무상 과실치사상·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법률대리인인 최종연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경찰국 신설 논란 당시 행안부 장관은 경찰을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며 “이 장관은 이번 참사에 대한 예견이 가능했고 예방할 총 지휘책임자이므로, 358명의 사상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장소의 위험도를 사전에 체크하지 않고, 재난 관리 시스템에 헛점이 드러난 책임은 경찰이 아니라 행안부와 서울시에 있음에도 여기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정권에 주눅 든 수사다. 또 다른 참사로 평가할 수 있겠다”고 비판했다.

특수본은 이런 지적에 대해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다수의 기관이 수사 대상이고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서 사실관계 확정이 우선”이라며 “기초 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국민 모두 답답하고 비통한 심정일 것”이라며 “특수본에서는 진상 규명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수본 수사를 믿고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했다.

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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