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유연화 방침 소식에 엇갈린 반응

건설사 직장인 B씨 “실제 주 70시간 일하고도

초과수당 12시간밖에 못받아…현실 맞게 바꿔야”

별정직 공무원 D씨 “OECD보다 40일 더 일하면서

장시간 근로 부추기는 방향으로 회귀…씁쓸하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산업별로 일하는 특성이 다른데 모든 직장인이 기계적으로 주 52시간에 맞춰서 일하라는 건 현실에 안 맞는 것 같아요." (36세 직장인 A씨)

"우리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나라인데 다시 장시간 근로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건 잘못된 것 같습니다." (38세 직장인 B씨)

윤석열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를 위해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일'에서 최대 '1년'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직장인들의 반응도 크게 엇갈렸다. 기존의 획일적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부작용이 발생했던 만큼 '환영한다'는 의견과, 다시 과거의 '야근 지옥'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했다.

경기 일산시에 사는 직장인 A(36)씨는 13일 헤럴드경제에 "모든 직장인이 기계적으로 52시간에 맞춰서 일하라는 건 좀 현실에 안맞지 않았나 싶다"며 "각 산업군별로 특성을 감안해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조절하되, 이를 지키지 않는 회사는 조금 더 강한 규제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종에 종사하는 A씨는 과거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도 일한 바 있다.

현행 주 52시간제 제도 때문에 초과근무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형 건설사 사무직으로 일하는 직장인 B(38)씨는 "지금은 솔직히 주 70시간 일을 하면서도 주 52시간제 떄문에 법적으로 초과근무 수당을 1주일에 12시간까지밖에 신청할 수 없었다"며 "일하는 시간을 줄이자는 주 52시간제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일은 그대로 하고 월급만 줄어든 사람들이 나 말고도 주변에 많다.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된 주 52시간 근로제가 후퇴하는 데 대한 우려 목소리도 팽팽하게 맞섰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C(29)씨는 "근로시간을 줄여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자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취지가 뒤집어지면 금새 다시 '야근 지옥'이 되는 것 아니냐"며 "특정 시즌에 몰아서 일하는 기업들이 문제라면 이들이 임시직을 쉽게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를 보완하는 게 근원적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있는 별정직 공무원 D(38)씨도 "지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연 40일 이상 더 일하는 나라에서 장시간 근로를 부추기는 방향으로의 근로시간제 개편은 기업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서는 노동자 건강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 없다는 현 정부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근로자와 기업이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에서 최대 '연'으로 개편하라는 등의 개혁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아울러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꿀 것도 함께 권고했다.

교수 12명으로 구성된 연구회는 정부에 제안할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하고자 지난 7월 18일 발족했다. 이 연구회를 통한 노동개혁 과제 논의는 고용노동부가 업무계획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안으로, 이번 권고문은 정부안으로 대폭 수용될 예정이다. 이날 발표된 내용이 사실상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노동개혁'의 큰 틀이 되는 셈이다.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