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공개한 CIA 고문실태 보고서에는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각종 고문 행위가 적시됐다.
여기에는 비밀 감옥에 수감된 테러 용의자에게 180시간째 잠을 재우지 않고, 183회의 워터보딩(물고문)을 가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총 6000여쪽에, 요약본 500쪽 분량의 보고서의 결론은 “고문은 잔혹했으며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9일 요약본 내용을 공개하면서 “CIA가 잘못된 보고로 미 의회와 정부, 국민을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CIA는 ‘선진 심문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자행한 고문에 대해 거짓 보고를 일삼았다. 비밀 수감소에 수감인원은 총 119명인데 98명으로 축소 보고했다. 2006년 한 수감자에게 쇠사슬로 묶어두고 기저귀를 채워 용변을 보게 하는 등의 처우를 하고선, 부시 대통령에게는 ‘불편함을 호소했다’ 정도로만 보고했다.
또 수감자 119명 가운데 최소 26명은 잘못 잡혀들어왔다. 물고문, 잠재우지 않기, 얼음방 수감 등 ‘선진 심문’을 받은 수감자는 모두 39명이다. 이 중 이같은 고문을 받고도 CIA에게 어떤 정보도 건네지 않은 이가 7명이다. 음식과 물 섭취를 거부해 CIA가 직장으로 물을 집어넣은 이가 5명이다. 구금자 최소 1명이 모의 처형으로 협박받았고, 알카에다 핵심 조직원 아부 주바이다는 5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았다.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상대를 눞혀 얼굴에 물을 붓는 행위)’을 받은 구금자는 3명이며, 이 중 183회의 ‘워터보딩’을 받은 이도 있었다.
119명 가운데 1년 이상 넘게 구금돼 있던 용의자가 47명이며, 관타나모 수용소에 아직도 15명이 수감돼 있다.
NBC는 CIA가 이런 ‘선진 심문 프로그램’ 개발에 모두 8000만달러(884억원)를 썼다고 보도했다. CIA는 2002년 심리학자 등 전문가 그룹과 1억8000만달러 규모로 계약했지만,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구금자에 대한 고문이나 잔혹한 처우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EO)에 서명한 뒤 계약 조건의 일부인 8000만달러만 지불했다. 계약 상대방인 워싱턴주 스포케인에 있는 ‘미첼, 제슨 앤 어소시에이츠’의 제임스 미첼 심리학 박사는 ‘SERE(Survivalㆍ생존, Evasionㆍ도피, Resistanceㆍ저항, Escapeㆍ탈출)’이란 이름의 고문을 견디는 방법 개발자로, CIA와 협력해 20가지 고문 기술을 개발했다. 최종적으로 10가지고문기술은 폐기됐는데 테러용의자에게 조차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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