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기축 영구임대 냉방설비 설치사업 보류

재작년 국감 지적에 '설치 검토' 언급한 뒤

TFT 구성 이어 시범설치사업도 진행됐지만

LH 재무상황·노후단지 변압기 용량 등 발목

[단독] 한파에 폭염 걱정 영구임대의 설움…LH ‘에어컨’ 설치 끝내 무산 [부동산360]
LH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일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팀(TFT)까지 꾸려가며 검토한 기축 영구임대주택 에어컨 도입이 끝내 무산됐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비용 문제가 가장 컸다. LH가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되며 허리띠를 더 조른 가운데, 노후 아파트의 변압기 용량 문제와 전기료 부담 등이 냉방 복지에 제동을 걸었다.

28일 LH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기축 영구임대주택 냉방설비 설치 사업 추진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LH 관계자는 “비용과 기술 문제 등 복합적인 사유로 인해, 최선의 방안을 찾기 전까지는 (추진 여부를) 좀 더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구임대주택 입주민의 여름나기를 위한 에어컨 지원은 수년 전부터 거론된 문제다. LH는 지난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거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주택 등에 에어컨이 설치돼야 한다고 지적받자 이듬해 3월부터 새로 짓는 영구임대주택 거실에 벽걸이형 에어컨을 설치했다.

2020년 국감에서는 LH가 건설한 행복주택 8만가구 중 에어컨이 설치된 집이 고작 193가구에 불과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 정부는 2021년 3월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25㎡ 이하 모든 신규 행복주택과 통합공공임대주택에 에어컨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대상이 신축 공공임대주택으로 제한되며, 2019년 2월 이전에 건설된 영구임대주택 등은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8년 10월 기준으로 기축 영구임대주택의 에어컨 보급률은 42%였다. 현실적으로 에어컨 구매·설치와 퇴거 시 원상복구비용 등을 모두 감당할 여력이 되는 입주민도 많지 않다. 재작년 국감에서 이런 점이 언급되자 김현준 전 LH 사장은 기축 영구임대주택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쪽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LH는 지난해 4월 말 이사회에서 기축 영구임대주택에 냉방설비 도입에 대한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기축영구임대 냉방설비 도입 TFT’ 구성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후 약 7개월간 TFT 회의 개최 등을 통한 사업 검토를 이어왔다. 기축영구임대 냉방설비 설치와 관련한 성능검증 원가 계산 용역, 학술연구용역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또한 해당 사업을 검토하며 관련 전문가 자문 회의와 업체 면담, 일부 곳에서는 시범 설치사업까지 진행하며 속도를 내는 듯했다.

그러나 다양한 상황이 겹치며 자체적인 사업 추진이 사실상 무산됐다. 우선 LH의 사업 추진 여력이 더 팍팍해졌다. 지난해 6월 말 기획재정부는 LH를 ‘부채 집중관리’ 대상인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하고,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 등 방안 수립을 요구했다. 이에 LH는 ‘선(先)재무-후(後)사업’ 원칙을 세워 허리띠를 졸라맸다. 결국 기축 영구임대주택 설치사업도 정부의 재정 지원 전까지는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입주민 또한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고 한다. 우선 에어컨을 설치해도 지난해 전기요금이 수차례 올라 요금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노후 아파트단지는 변압기 용량이 낮아, 에어컨 사용으로 전력사용량이 늘면 전력 과부하가 걸려 정전 사고가 날 우려도 있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설비 공사는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LH는 이외에도 형평성 문제 등이 고려됐다고 전했다.

LH는 주거복지와 공사 재무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향후 추진 여부를 다시 들여다볼 수는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복합적인 요인에 대한 해결안을 살펴보고 관련 검토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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