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트, 韓실험미술 대부 성능경 개인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팔순의 작가는 중절모를 쓰고 나타났다. 짱짱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한다. “내가 지금까지 개인전을 5번 밖에 못했어요. 그중 세 번은 퍼포먼스였고, 이번을 포함해 상업화랑 전시는 두번째 입니다. 나는 안 팔리고 인기도 없는 작가입니다”
한국 실험미술의 대부 성능경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율곡로 백아트에서 열린다. ‘아무것도 아닌듯…성능경의 예술행각’이라는 제목아래 펼쳐지는 전시는 1970년대 빈티지 작업부터 현재 작업하고 있는 시리즈까지 주요작을 망라한다.
작가 생활의 시작은 1968년, 무려 5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개념미술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작가는 미술 본연의 정체성을 질문했다. “예술 중 미술만 유독 물질이 있다. 시, 소설, 영화, 음악 모두 물질이 없다. 물질성 때문에 재산가치로 평가된다. 미술에서 물질성을 제거하는 작업이 (나의)개념미술이었다” 물질이 사라진 미술에 천착하며 작가는 신문지를 활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정보가 가득하지만 종이 한 장의 물질성은 대단하지 않았기에, 작가는 신문의 기사를 오리고 나머지 조각난 부분을 따로 모으는 퍼포먼스를 했다. “돌덩어리, 철판, 유리, 고목의 뿌리…70년대 작가들은 모두 물질로 작업을 했다. 그런것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작가의 종착점은 결국 ‘미술이 무엇인가’로 요약된다. “그이후로 나는 계속 논 포퓰러(Non popular·인기 없는) 아티스트의 길을 갔다니까”(하하)
신문, 사진, 퍼포먼스는 작가에게 중요한 키워드다. 신문작업은 1974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신문의 사진을 확대복사 한 뒤 이것을 다시 인화한 작업은 신문의 편집권에 대한 작가의 반항이다. “통제받는 신문에 대해 묵언의 시위라고 할까. 정권에 대한 저항이었다”
스스로 인기없는 작가라고 하지만 올해는 누구보다 바쁠 예정이다. 백아트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5월엔 국립현대미술관의 단체전 ‘한국 실험미술 1960-1970’에 참여한다. 8월엔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이, 9월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가 이어진다. 리만 머핀 뉴욕에서 개인전도 예정돼 있다. 최근의 인기 이유를 묻자 작가는 “아니 갑자기 다들 왜 이렇게 나를 찾는지 모르겠어”라고 눙을 치면서도 “평생 내가 한 길을 걸어왔다는 거에 대한 평가가 아닐까”라고 답했다. “고목나무에 꽃 핀다고 해야하나…”
이번 전시는 퍼포먼스로 시작한다. 설치된 작품을 은박지로 전부 가리고, 오프닝에서 이것을 떼는 것부터가 전시의 일부다. 은박지는 1991년 핑크플로이드의 ‘더 월(The Wall)’을 은박지 위에 상영했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은박지로 자신을 감쌌던 퍼포먼스에서도 착안한 것도 있다. “아직 어떤 작품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설치된거 오늘 처음 봤다. 내가 죽으면 누가 전시를 해주나. 남이 해준다. 오류가 있건 없건, 순서가 바뀌건 혹은 액자를 했건 내가 한 게 아니다. 그 예행연습을 하는 거다”
전시를 기획한 수잔백 백아트 대표는 “작가의 1970~1980년대 대표작인 ‘끽연’, ‘수축과 팽창’, ‘백두산’을 비롯 최근에도 작업하는 ‘그날그날 영어’연작 등 주요 작업이 나왔다”며 “전시명의 ‘행각’은 주로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데, 스님이 도 닦는 것도 ‘탈발 행각’이라고 한다. ‘예술 행각’은 수도승이 도를 닦듯, 예술을 찾아 떠나는 기행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4월 30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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