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산 주제로 ‘시’를 짓기도
우리나라 집값 수준 “글로벌 기준 중간 정도”
“금리인상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아”
“이커머스 발전, 기존 상가시장에 새로운 기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높이 솟은 빌딩, 마구 쌓인 아파트/ 그 가운데 아우성이 울려 퍼지네/부동산 가격, 마치 산처럼 높아져/ 어린이들의 놀이터는 사라지고/ 어른들의 카드값은 올라가고/ 빚더미 위에 올려진 꿈들은 파괴당해/ 하지만 남은 희망은 있으리/ 한숨 돌린 곳에서, 작은 집이 하나씩 울린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ChatGPT)에 ‘대한민국 부동산’을 주제로 시를 하나 지어 달라고 요청하니 나온 답변이다. 꽤 그럴듯하다.
챗GPT는 지난해 11월30일 미국의 스타트업 ‘오픈AI’가 처음 공개한 후, 세상을 바꾸는 서비스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책과 위키피디아 등 온라인 상의 문서를 ‘조’단위로 미리 학습(Pre-trained)한 후, 어떤 문제건 몇 초 만에 뚝딱 답을 내놓는다. 어떤 분야도 전문가와 겨뤄도 뒤지지 않을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아 해당 직군의 위협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실제 미국에서 챗GPT는 의사, 변호사 시험도 가볍게 통과했다.
이 챗GPT가 첫 버전인 ‘챗GPT3.5’을 공개한 후,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 14일 ‘챗GPT4.0’을 내놓았다. 기존 버전보다 데이터처리 능력이 8배 이상 향상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번 버전은 특히 다국어 서비스가 막강해 졌다. 한국어 서비스가 영어를 능가할 정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챗GPT에 물어보니 “다양한 언어의 텍스트를 활용해서 한국어로 번역한 후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 어떤 언어로 질문해도 상관없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헤럴드경제가 챗GPT에 한국어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물었다. 집값 하락세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과연 일본의 전철을 밟을지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길 나눴다.
▶“대한민국 집값 글로벌 기준에서 ‘중간’ 수준”= 먼저 대한민국 집값 전망에 대해 물었다. 챗GPT는 “부동산 시장의 추이는 불확실성이 높아서 정확한 예측을 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수요 공급 상황,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동할 수 있으니 주의 깊게 관찰하며 변동에 대비하라”는 식의 다소 뻔한 답변을 반복적으로 내놓았다.
그래서 질문을 좀 구체적으로 바꿨다. 우선 ‘대한민국 집값은 글로벌 기준으로 어느 수준이야?’고 물었다. 챗GPT는 “대한민국의 집값은 글로벌 기준에서 중간 정도로 평가된다. 강남구 등 도심지 집값은 다른 글로벌 도시들과 비교할 때 높은 편이지만 대한민국 전반적으로는 일본이나 유럽, 북미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이 오랜 기간 규제와 조정을 겪어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집값 대폭락 시대가 온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했더니 챗GPT는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추이는 항상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예측을 제시하기도 한다”며 “집값 대폭락이 온다는 예측이나 부동산 시장이 위험하다는 보고서 등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이는 예측이나 분석에 기반 한 주관적인 견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에서 금리를 내릴 계획이 없는 만큼 대한민국 집값 하락세는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는 거 아니야?’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챗GPT는 “미국의 금리 변화가 한국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집값 하락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인지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은 미국의 금리 정책 외에도 한국의 정부 부동산 정책, 경제 상황, 건설업 업황, 신규 주택 공급 등의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금리가 내려갈지 상승할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예측을 내리기는 어렵다. 불확실한 요인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집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챗GPT는 한국 집값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의 주택시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대체적으로 대한민국 주택시장은 과도한 수요와 한정된 공급으로 인해 고가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현재의 높은 주택가격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해결책으로는 “장기적이면서도 체계적인 대책과 균형 잡힌 공급 및 수요 조절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대한민국 주택시장이 일본을 따라갈까?’란 질문에도 찬성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서로 다른 상황과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렵다”면서 명확하지 않게 답변을 하다가, 세부적으로 “일본은 이미 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아직 상대적으로 젊고 이민 인구도 급증 추세다. 정부의 정책적인 차이로 인해 인구 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고 인구 측면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경제 체제가 다르다”, “대한민국은 주택이 가구의 자산인데 일본은 대부분 임대주택으로 운영되는 체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등의 차이점을 꽤 자세히 강조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커머스 발전은 상가시장에 새로운 기회”= 챗GPT는 대체로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 고령화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 지에 대한 질문에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1~2인가구 증가 추세, 고령화 추세에 대한 질문에 “새로운 주택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식의 답변을 꽤 구체적으로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챗GPT는 “일반적으로 인구 감소는 주택 수요를 줄일 수 있으므로 집값이 하락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라면서도 “하지만 인구 감소가 고령화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 고령층은 주거 공간이 필요하므로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 또 외부에서 인구 유입이나 국내 이주 등 다양한 인구 이동 요인도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커머스 성장으로 위협받는 기존 상가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쿠팡 등을 활용한 이커머스 시대에 상가 시장은 침체될 수밖에 없을까?’란 질문에는 반드시 그렇진 않을 것이란 답변을 내놓았다. 챗GPT는 “이커머스 기업들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통해 편리하고 저렴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지만, 모든 상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는 없다”며 “일부 상품은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제품을 실제로 볼 수 있으며, 판매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상품 정보를 나누거나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오히려 늘어나는 분야도 있다”며 “상가 시장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쇼핑몰을 개설하거나 온라인 쇼핑과 연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축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