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 ‘젊은 모색’

젊은 본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전시 전경, 사진 김주영
젊은 본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전시 전경, 사진 김주영

작은 창으로 햇볕이 든다. 석재로 마감한 벽에 떨어진 햇볕은 우둘투둘한 벽의 질감을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가끔은 너무 강렬해서 햇빛이 비추는 게 아니라, 조명을 설치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1986년에 지어져 곧 40주년을 맞이하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건물의 핵심 공간인 로툰다 홀의 꼭대기 돔엔 이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드리운다. 황동욱 작가는 로툰다 홀의 돔에 영감을 받아 노끈으로 돔을 만들고, 조명으로 햇볕을 대신했다. 관람객이 돔 안으로 들어가면 천천히 회전하는 빛에 따라 그림자가 움직인다.

박희찬 작가는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의 행동을 순례자들의 리츄얼(Ritual, 의례)에 비교한다. 공간의 의도된 질서와 동선, 큐레이터의 계획에 따라 예술 작품과 마주하는 경험이 마치 사제들이 계획한 절차에 따라 신도들이 종교적 경험으로 인도되는 것과 닮은 꼴이라서다. 작가는 과천관의 로툰다, 나선 램프, 아트리움, 원형 정원 등을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하고 구슬이 지나갈 수 있는 트랙으로 만들었다.

젊은 작가들에 눈에 비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어떤 곳일까. 건축가와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작가, 공간 디자이너 등 13명(팀)이 과천관에 영감을 받아 이를 새롭게 해석한 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 지난 달 27일 개막해 9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젊은 모색은 1981년 ‘청년작가전’으로 출발해 올해 42주년을 맞이한 국내 최장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2021년이던 40주년 이후 첫 전시로, 현대 미술작가들에 국한됐던 것이 이번을 계기로 건축과 디자이너로 확장한다.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공간, 전시, 경험에 주목해 새로운 해석을 제안한다. 박희찬 작가나 황동욱 작가처럼 건축에 영감을 받은 작업도 있지만, 과천까지 오는 길을 형상화하거나(오혜진), 지금까지 개최된 전시의 도면을 겹쳐 조각으로 제시(김동신)하는 경우도 있다.

참여 작가들은 자신이 경험한 과천관을 나름의 주석을 달아 설명한다. 과천관을 자주 찾는 단골 관람객이라면 예민한 작가들의 시각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반대로 예상치 못한 시각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

이번 전시는 윤범모 현대미술관장의 사의 표명 이후 관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개막했다. 관장 대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종달 국립현대미술관 단장은 이같은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국립현대미술관의 50년 넘는 역사가 영광보다 질곡으로 점철된 것 아닌가 싶다”며 “그러나 50년이란 시간동안 쌓인 내공으로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려운 상황은 곧 끝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