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측 “시설 안전·질서 해칠 우려 해당 예외적 사안”
인권위 “문제 있으면 언론 취재 과정서 바로잡으면 돼”
“헌법 및 편지 사전검열 제도 폐지 취지 어긋나” 지적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교도소 수용자가 방송사(언론사)에 편지를 보낸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검열하는 건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구체적이고 명백한 이유 없는 편지 검열은 헌법은 물론 지난 2007년 형집행법 개정을 통해 편지 사전 검열제도가 폐지된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A교도소에 수감중이던 B씨는 ‘교도관이 나의 개인정보를 다른 수용자에게 누설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편지를 방송사 탐사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보냈는데 이를 교도소가 무단 검열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교도소 측은 현행법상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의 수용자 편지는 예외적으로 검열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언론사 투고의 경우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수용자의 일방적 주장 및 교정시설의 질서 유지를 위해 비공개성이 요구되는 정보가 신문기사나 방송 보도의 형식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일반 국민에게 교정행정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등 교도소의 안전과 질서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교도소 측은 B씨가 같은해 초 작업거부로 인해 징벌 처분을 받아 교도소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수용자가 방송사에 편지를 보낸 것은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기에 검열은 정당한 업무 집행이란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같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A씨의 조사·징벌기간 동안 작성한 자술서와 진술조서 등에서 교도소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고 ▷해당 기간 중 A씨의 특이동정 관련 기록이 확인되지 않으며 ▷A씨가 법무부·경찰서 등에 청원 및 민원 등을 제기한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권리구제 절차를 이용했다는 것이 편지 검열의 합당한 이유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교도소 측은 해당 편지가 언론사로 보내져서 기사화되는 등 교정시설 내부의 일, 특히 수용자가 주장하는 허위 사실 등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 자체가 교정시설의 안전이나 질서를 해치는 행위라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잘못된 사실이 담겨있다면) 언론 취재과정을 통해 사실관계 등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그러한 대응 과정도 교도소장 직무상 필요한 업무의 하나이므로, 이를 편지 검열의 정당한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처럼 구체적이고 명백한 이유 없이 단지 수신처가 언론사나 방송사라는 이유만으로 편지 검열이 가능하다면, 이는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는 헌법 제18조의 취지 및 2007년 형집행법 개정을 통해 편지 사전 검열제도를 폐지한 뜻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A교도소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과 담당 교도관 등에게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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