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세계 최초 ‘기술’ 얼마나 대단하면…대만·일본도 따라할까 [비즈360]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와 일본의 반도체 산업 재건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인 라피더스가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2나노 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TSMC와 라피더스 모두 삼성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적용해 양산에 성공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GAA 기술 구현의 세부사항이 조만간 논문을 통해 삼성 기술진에 의해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파운드리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만 TSMC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2나노 반도체 생산을 준비 중이다. 올해 안에 소량 시범 생산을 시작하고, 2025년부터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2나노 제품 생산은 TSMC의 대만 북부 신주과학단지 바오산 지역에 건설하는 ‘20팹’에서 시작해 대만 중부 타이중 중부과학단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나노 공정의 첫 고객은 애플과 엔비디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나노 시대’를 처음 열며 초미세 공정 프리미엄을 확보했다. 이후 TSMC가 2나노를 먼저 꺼내들며 반격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TSMC는 2나노 칩 제작을 위해 처음으로 GAA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라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면을 게이트가 둘러 싸는 형태인 차세대 GAA 기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적용한 바 있다. 기존 트랜지스터 기술인 ‘핀펫’은 채널의 3개면을 감싸는 구조였다. 반면 GAA는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지고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올리는 차세대 핵심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TSMC는 3나노 양산까지 GAA가 아닌 기존 핀펫 방식을 적용했다. TSMC에게도 GAA는 현재 미지의 영역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채널을 얇고 넓은 나노시트로 구성해 GAA 구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나노시트의 폭을 조정하면서 채널 크기를 다양하게 변경했으며, 기존 핀펫 구조나 일반적인 나노선 형태의 GAA 구조에 비해 전류를 더 세밀하게 조절했다. 이를 통해 고성능·저전력 반도체의 경쟁력을 확보했단 설명이다.

삼성 세계 최초 ‘기술’ 얼마나 대단하면…대만·일본도 따라할까 [비즈360]
GAA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 4면 전체를 게이트(Gate)가 둘러싸고 있다. 총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핀펫) 구조 대비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세계 최초 ‘기술’ 얼마나 대단하면…대만·일본도 따라할까 [비즈360]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에 성공했다. 임직원들이 2022년 6월 화성캠퍼스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는 모습.[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3나노 설계 공정 기술 공동 최적화를 통해 소비전력과 성능, 면적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1세대 3나노 GAA 공정의 경우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을 45%로 절감하고 성능은 23% 향상하며 면적은 16% 줄였다. GAA 2세대 공정은 전력을 50% 절감하고, 성능은 30% 올리고, 면적은 3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도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뭉쳐 출범한 라피더스 역시 미국 IBM과 손잡고 2나노 반도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IBM에 기술자 100명을 보내 2나노 시대에 필요한 GAA 기술을 현재 습득 중이다.

2나노 제품은 3나노 제품에 비해 처리 성능이 10%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 전력도 20~30% 줄고, 스마트폰 전지의 수명도 길어진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에도 중요하게 쓰인다. IBM은 2021년에 세계 최초로 2나노 제품의 프로토타입 생산을 시작했는데, 라피더스는 이같은 기술력을 발판으로 2나노 제품의 2027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 세계 최초 ‘기술’ 얼마나 대단하면…대만·일본도 따라할까 [비즈360]
삼성이 ‘VLSI 심포지엄 2023’에서 발표할 논문 내용의 일부. GAA 트랜지스터의 기능적 향상을 설명하고 있다. [VLSI 심포지엄 자료 캡처]

TSMC와 라피더스가 도전하는 GAA 기술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이달 11~16일 일본에서 열리는 반도체학회인 ‘VLSI 심포지엄 2023’에서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3나노 2세대 공정 사양 역시 알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SF3’로 불리는 해당 기술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대량 생산된 GAA(SF3E)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특히 이번 논문 발표를 통해 핀펫 트랜지스터에서 GAA트랜지스터 아키텍처로의 전환에 대해 기술적 세부사항을 알리게 된다. TSMC와 라피더스 등이 주목하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GAA 기술 구현에 따른 글로벌 기업간 성능 개선이 2나노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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