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문제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는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7월 3일부터 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253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3.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6주 만에 하락했다. 지난주 대비 2.9%포인트 하락했는데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리얼미터의 분석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백지화를 선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권에 매우 부담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이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 분석의 근거는 이렇다.
애초에 서울~양양 고속도로 백지화 원인은 민주당의 ‘주장’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노선 세 가지 안(案) 중 2안으로 갑자기 방향이 틀어지게 된 이유가 양평군 강상면 인근에 김건희 여사 가족의 땅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원 장관은 서울~양양 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했다.
여기서는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다는 것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를 통해 해당 고속도로 사안의 핵심 어젠다가 일정 수준 바뀌게 됐다는 점이다. 만일 백지화를 선언하지 않고 원안이 좋으냐, 2안이 좋으냐 하는 논쟁을 계속한다면 민주당은 총선 임박시점까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제기할 것이고, 여기에 양평 주민도 합세하면서 고속도로 종점 논란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정부가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를 선언함으로써 해당 사안의 핵심 어젠다가 ‘김건희 여사 가족 관련 의혹’에서 ‘고속도로 건설 여부’로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누구의 땅이 어디에 있느냐는 양평 군민의 관심 밖이 됐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민주당의 전략은 벽에 부딪히게 됐다. 민주당은,서울~양양 고속도로 건설 노선의 2안 선택 가능성을 놓고 김건희 여사 가족을 위한 변경이라며 ‘국정 농단’이라는 주장을 통해 ‘정권심판론 프레임’을 만들려고 했지만 정부가 고속도로 건설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는 이런 프레임이 먹히기가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노선 변경 검토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지만 조사의 ‘실체’가 이제는 존재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국정조사 주장이 여론의 공감을 얻기란 쉽지 않게 된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민주당의 전략적 감각과 관련된 문제점을 엿볼 수 있다.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본래 자신들이 생각한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가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고속도로 노선 변경 검토가 김건희 여사 가족을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을 수 있는데 정부가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를 선언했으니 이런 본래의 계획은 수정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수립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본래 계획을 그냥 밀어붙이려 하니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치전략으로써의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현재 정부 여당은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를 거둬들일 생각이 없고, 또 노선 변경과 관련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은 국책사업을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양평 군민의 반발이 커지고, 서울과 강원도 주민이 이런 분위기에 가세한다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도 이런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정부 여당도 주민투표 혹은 전문가 공청회를 통한 공론화 과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주민투표 혹은 공론화 과정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안(案)이 채택될 경우 민주당은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만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여당은 민주당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생각하고 주민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공격을 퍼부을 것이고, 이런 분위기가 경기도 전반에 퍼지게 될 경우 민주당은 수도권 선거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질 수 있다.
반대로 본래의 안(案)에 대한 찬성이 많을 경우 거꾸로 정부 여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게 될 것이다.
현재 여당과 야당은 물밑으로, 치열하게 양평과 서울 그리고 강원도의 민심을 알아보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를 고수하기란 매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단지, 누가 출구전략이 성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을 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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