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시대 재현” 가축 도살 유튜브 동영상 동물연대 제보…‘동물학대’ 경찰 고발 수사 착수

충남 지역의 감리교 계통의 한 교회가 청소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구약시대 제사의식인 ‘번제(burnt offering)’를 재현한다며 살아 있는 염소를 도살하고 가죽을 벗기는 ‘엽기적인’ 퍼포먼스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의 고발로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동물자유연대는 26일 “제사의식을 재현하며 가축을 도살하는 유튜브 동영상 제보를 지난 22일 받고 충남 지역 A 교회에 대해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다”며 “현재 관할 경찰서에 고발이 접수돼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동영상은 현재 인터넷에서 삭제된 상태이다. 교회 관계자가 2012년 촬영한 이 동영상에는 약 26분 분량의 ‘번제’ 재현 연극이 담겨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확보한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연극 중에는 교인들이 살아있는 염소를 끌고 와 테이블에 올려놓고 발버둥치는 이 염소의 목을 딴 뒤, 곧바로 가죽을 벗겨내고 불에 태우는 일련의 장면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 교인은 벗겨진 염소 가죽을 펼쳐들고 “더럽고 추악한 가식을 이제 벗겼나이다”라며 울부짖는다. 이후 이 교인은 염소의 잘라진 뿔 두 개를 양손에 쥔 채 오열한다.

채희경 동물자유연대 간사는 “아무리 종교적인 의식이라도 정당한 사유없이 동물의 생명을 잔인하게 빼앗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등은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고발을 접수한 충남 서산경찰서는 조만간 교회 목사 B 씨를 불러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혐의가 인정되면 피의자로 전환해 입건할 방침이다. 동물학대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사안이 단순 동물학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 간사는 “동물학대와 별도로, 잔인한 행위를 본 학생들이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동영상을 보면, 이 수련회에는 중ㆍ고생은 물론 초등학생도 상당수 참석한 것을 알 수 있다. 도살 과정에서 염소의 붉은 피가 하얀 천에 튀고 이를 지켜보던 앳되 보이는 학생이 자기 손으로 눈을 가리고 몸을 돌려 외면하는 장면도 있다. 한 학생은 도살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교회 관계자로부터 제지당해 다시 돌아가는 장면도 나온다.

B 씨는 지난 24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2012년 청소년 수련회 때 있었던 일이 맞다”고 시인했다. 그는 “구약시대를 재현하려고 했던 것이지 동물학대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며 관련 법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있다면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B 씨는 그러나 학생들의 정서적 충격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은혜를 입고 눈물을 흘린 학생도 있다”고 답변했다.

윤철호 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는 “유대교의 구약시대 제사의식인 번제는 일부 유대인 중에는 지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기독교에서는 하지 않는 행위”라며 “꼭 해야 한다면 상징적인 장치를 동원한 퍼포먼스를 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