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직후 시작된 폭염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일주일 내내 전국 대부분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고 온열 질환 사망자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기압계 상황도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18년 여름과 유사하다.
3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폭염 대책 기간인 5월 2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1명으로 전년 동기 7명 대비 3배 늘었다. ▶관련기사 2면
질병관리청의 ‘온열 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5월 20일 이후 온열질환자는 누적 1284명으로 전년 동기(1064명)에 비해 220명이나 많다. 감시체계가 표본 감시 결과인만큼 실제 온열질환자와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현재 폭염 수준은 ‘재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일 오후 6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근무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장마가 끝난 이후 일주일 만에 온열질환자가 폭증하면서 ‘2018년 폭염’이 재현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당시 온열질환자 수는 450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48명이나 발생했다.
2018년 장마가 올해에 비해 비교적 일찍 끝나고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폭염 일수가 역대 최대인 31일을 기록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환경의학연구소는 2018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는 790명으로 연구 기간인(2006~2018년) 중 최대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폭염 간접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수 추정치로, 폭염이 아니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사람의 수가 무려 790명이나 됐다는 의미다.
한반도를 둘러싼 기압계 상황도 2018년과 유사하다. 현재 한반도 상층부에는 뜨거운 티베트 고기압이, 중층부에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잡고 있다.
2018년 폭염을 불러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받는 기압 배치다. 평소 우리나라는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을 많이 받는데 여기에 중국 남쪽의 티베트 고기압 영향이 더해지면서 열이 겹겹이 쌓인 상황이다. 다만 2018년은 티베트 고기압 전체가 영향을 준 것에 비해 올해 티베트 고기압은 일부가 떨어져 나와 비교적 작아 향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
7월 내내 지속된 장마와 남쪽에서 북상하고 있는 태풍 ‘카눈’도 한반도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체감 온도와 온열 질환은 햇빛과 습기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장마로 토양이 수분을 머금은 가운데 햇빛이 내리쬐자 습기가 높아져 체감 온도가 더욱 올라가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으로 향하고 있는 태풍 ‘카눈’ 역시 한반도 남쪽 바다의 뜨거운 공기와 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음주까지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될 전망이다. 주말까지 최고 기온이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아열대 고기압 영향권이 지속되고 동중국해에 정체 중인 태풍에 의해 열기가 유입된다. 온열 질환 발생 등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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