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를 달러로 교체하고, 공공 지출 삭감 등 자유시장 가치를 옹호하는 아르헨티나 극우인사 하비에르 말레이가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에서 이변을 일으켜 1위를 차지했다.[AFP]
페소를 달러로 교체하고, 공공 지출 삭감 등 자유시장 가치를 옹호하는 아르헨티나 극우인사 하비에르 말레이가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에서 이변을 일으켜 1위를 차지했다.[AF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진정 국면에 들어서던 아르헨티나 물가가 대통령 예비선거(13일)에서 극우 인사의 충격적인 1위 소식이 들려온 후 다시 요동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시장의 동요를 막기 위해 페소 가치를 18% 절하하는 초강수 결정을 내렸는데, 이에 대응해 상점들이 곧바로 수입품 판매가격을 20% 이상 올리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 암시장에서 통용되는 페소-달러 환율은 공식 환율의 2배에 육박한다. 공식환율은 1달러당 361페소지만 실제로는 1달러당 705페소에 거래되고 있다. 이미 살인적인 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 점점 더 많은 양의 지폐를 들고 다녀야 하는 처지다.

13일 예비선거 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했다. 7월 소비자 물가는 전월 대비 6.3%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7.1%를 하회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고, ‘인간 장기 매매 합법화’도 주장하는 극우 인사인 하비에르 밀레이(52)가 대통령 예비 선거에서 기존 정치 연합들을 모두 물리치고 30%의 득표율로 의외의 승리를 거두면서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자취를 감췄다.

말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화로 교체하고 중앙은행 폐쇄, 공공지출 삭감과 같은 급진 우파적 주장을 펼쳐왔다.

블룸버그는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8월 인플레이션이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FT는 로마노그룹을 인용해 8월과 9월 12~16%의 월별 인플레이션을 예측했다.

선거 직후 정부가 시장 안정을 명목으로 페소화를 평가 절하하고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연 118%로 인상하면서 이미 소비재 가격은 두자릿수 상승했다. 특히 랩탑과 전자 제품 등 수입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은 가격을 하루새 20% 이상 인상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정부는 또 페소의 평가 절하 이후 소비자 물가 보호를 위해 15일부터 2주 동안 소고기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가 몇 시간 만에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베르토 라모스 골드만삭스 라틴아메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간에 아르헨티나 경제를 고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라며 “상황이 너무 악화되었고 불균형이 커서 조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페소화 평가절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후안 데파블로 이코노미스트는 “아무리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사항이라고 해도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기습적으로 공식 달러 환율을 22.45%나 올려 (페소화를)평가절하한 것은 예비선거 패배에 대한 정부의 화풀이인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에드윈 구티에르 스탠다드라이프 이코노미스트도 “통화 평가절하와 금리인상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화폐를 평가 절하하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수반되기 때문에 갈수록 통화가 경쟁력을 잃는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선거 결과는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권에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르헨티나 인구의 거의 40%가 빈곤 상태에 있다. 다만 10월 본선 투표에서 밀레이가 승리하려면 지지율을 현재보다 15%포인트 높여야 하지만 2위, 3위와의 격차가 크지 않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