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사과, 배에 이어 이번엔 파인애플까지. 애플이 과일 이름과 로고를 사수하기 위해 중국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상표권 침해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에 무단 편승하고자 하는 중국 업체들의 시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3일 중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기즈모차이나는 중국 기업정보플랫폼 톈옌차를 인용해 애플이 최근 중국에서 ‘파인애플’ 상표권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상표권 사업 범위는 과학 기기, 광고 판매, 건물 수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상표권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애플이 파인애플 지키기에 나선 건 이미 수차례 중국에서 상표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경험이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기업들은 10여 년 전부터 애플과 관련된 상표권을 공격적으로 출원, 유사한 이름의 상품을 출시했다. 신발부터 가방, 여권 케이스, 기저귀, 콘크리트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제각각이다.
중국 기업들의 ‘상표권 알박기’도 문제가 됐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상표권을 선점해 되파는 식으로 이득을 취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세계적인 기업들은 중국에서 자사 상표권을 등록할 때 모든 산업에 걸쳐 상표권을 확보한다. 상표권 침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애플은 중국에서 상표권을 일부 산업 부문에만 신청했고, 이러한 허점을 중국 업체들이 파고 들었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유명세를 타자 2010년 이후 최소 18개 중국 업체가 아이패드 상표권을 신청했다. 결국 애플은 2012년 아이패드 상표권을 소유했던 중국 업체 선전 프로뷰테크놀로지가 제기한 소송에서 6000만 달러(약 790억원)를 지불해야 했다.
이 같은 뼈아픈 경험 탓인지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상표권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과는 물론 배, 파인애플 같은 과일 형태 로고나 기업명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해왔다. 스타트업·슈퍼마켓·온라인 쇼핑몰·카페·캠페인·가수까지 기업이나 단체, 인물을 가리지 않고 온갖 상표권 소송을 걸어 ‘상표권 깡패’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애플은 전 세계에서 지적재산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 테크투명성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애플이 다른 단체에 상표권 이의 신청을 제기한 건수는 215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구글·아마존·페이스북(메타)·마이크로소프트의 건수를 모두 합친 135건보다 1.5배가량 많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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