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 18세 미만 인구가 200만명 넘게 줄었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0∼17세 아동 인구는 707만7206명으로 2014년(918만6841명)보다 211만명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에서 13.8%로 낮아졌다. 저출산이 고착화되다 보니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중 해당 인구는 700만명선 아래로 내려갈 게 자명하다. 역대 정권마다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며 저출산 대책을 펴 왔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아동 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관련 인프라도 속속 무너지고 있다. 당장 육아 시설의 근간이 되고 있는 어린이집이 없어지고 있다. 2013년 4만3700곳에 이르던 어린이집은 10년만인 지난해 2만8900곳으로 줄었다. 하루 평균 5곳씩, 매년 2000곳 이상 어린이집이 원아를 확보하지 못해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그나마 지금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대로 가면 불과 4년 뒤에는 30%가 더 줄어들어 육아 시설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육아정책연구소 보고서가 공개됐다.

어린이집 뿐이 아니다. 아이들이 아파도 동네 소아과 찾기가 어려워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는 얘기는 고전이 된지 오래다. 젊은 부모들은 아동 진료 대란을 의미하는 이른바 ‘소아과 오픈런’에 이미 익숙해 있다. 저출산 여파로 소아과 의사가 줄어드니 관련 의료 시스템도 함께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304명으로 2014년(84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소아 의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모집 정원의 여전히 4분 1수준을 맴돌고 있다.

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육아다. 마음 놓고 아이 맡길 곳이 없다 보니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집이 없어지고 아이가 아파도 병원 가기가 쉽지 않으니 출산을 꺼리는 악순환이 더 깊어지고 있다. 그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정부는 저출산 위기 극복 종합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대책이 부족해 출산율이 낮았던 것은 아니다. 일시적 금전 지원 등으로는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은 그동안 충분히 확인됐다. 핵심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기업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육아 부담을 함께 나누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출산율은 자연스레 올라가게 된다. 특히 기업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