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저자(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ㆍ대통령경제특별보좌관)를 대면한 적이 없다. 간접적으로 경험(?)했을 뿐이다. 저자가 공직을 떠나 야인으로 있을 당시 한 일간지에 정기기고한 칼럼을 통해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았고, 글이 간결하고 맛깔 났던 기억이 있다. 10년 간 야인 생활을 했던 저자는 이명박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본인이 꿈꾸던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지냈다.
이 책은 1997년 외환위기(아시아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소재로 했다. 각각 저자가 재정경제부 차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고비에서 주요 경제정책의 입안 및 결정자로서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갔는지를 밀도 있게 다뤘다.
두 위기에 대한 저자의 개념정리는 명확하다.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는 성장에 대한 과대한 욕구가 불러온 유동성의 문제였다면, 글로벌경제위기는 소득에 대한 과도한 탐욕이 불러온 불균형의 문제였다.
또 아시아금융위기는 도쿄를 진앙으로 하여 아시아에 퍼진 국지적 지진이었다면, 글로벌경제위기는 뉴욕을 진앙으로 하여 세계를 뒤흔든 지구촌의 지진이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아시아금융위기는 예상하지 못하고 당한 영토 안의 전쟁이라 참혹하게 기억되지만, 글로벌경제위기는 예상하고 치른 영토 밖의 전쟁이라 심각하게 인식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의 또 다른 읽을 거리는 저자가 위기 극복 과정에서 겪은 애환이다.
밤낮 없이 일했음에도 외환위기 수습 막바지 국면에서 책임추궁 당하듯이 쫓겨난 데 대한 고독과 분노,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이 됐을 때 강단 있게 밀어 부쳤던 ‘환율정상화, 경상수지 흑자, 종합부동산세 폐지’ 정책을 놓고 정치권, 경제학계, 심지어 한국은행과 충돌하면서 2012년 역시 옷을 벗어야 했던 고뇌 등이 담겨 있다.
2012년 당시 지병이 있던 딸이 아버지에 대한 인터넷 악플 등에 영향 받아 병세가 악화되고, 결국 세상을 떴다는 대목에선 가슴 아픈 한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관료의 자세에 대한 저자의 철학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일하면 비판을 받는다. 일을 해서 비판 받는 것은 일하는 관료의 숙명이다. 일하지 않는 관료는 한 것도 없고, 그래서 욕 들을 일도 없다. 관료는 대중의 비판과 비난에 굴하지 않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싸우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필수 기자/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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